지난 겨울 전국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던 고병원성(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국내에서 검출돼 초비상이다. AI가 발견된 전북 고창 한 농장의 오리 1만2천300마리가 19일 모두 살처분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최고 수준의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포항 강진으로 가뜩이나 일상이 고달파진 경북지역 만큼은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전염성이 강해 큰 피해를 초래하는 고병원성 AI는 2014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매년 발생하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11월 중순 처음 발생한 후 올해 4월 초까지 4개월여 동안 전국 50개 시·군으로 확산되는 바람에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900여 농가에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3천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경북도는 올해 9월 이후 영천, 경산 등지 야생조류 분변에서 저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고창 해당 농장 반경 500m 지역에 출입을 통제하고 차량 소독은 물론 철새도래지와 가금농가 방문 등을 통제하는 등 고병원성 AI 발생에 준하는 방역을 하고 있다.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사육농가는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AI는 초동대응에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는 만큼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초동방역에 힘써야 할 것이다.

환경부와 농식품부, 지자체 등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긴밀한 공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협조다. 가금류 농가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철새 도래지 출입을 삼가고 축사 그물망 정비와 예방소독에 힘써야 한다. 사육 가금류에서 AI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신속히 방역기관에 신고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경북도는 현재 AI 차단방역 취약농가 전담공무원제, 출하가축 검사 강화, 거점소독시설 운영, 입식출하사전신고제, 출하가축검사 의무화, 전통시장 오리 등 기러기목 출하금지, 철새 검사 등 AI 차단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구미 해평 철새도래지를 비롯한 영천·경산·김천·안동호·형산강 등 6곳을 추가해 주기적인 소독과 함께 분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H7N9형 변종 조류인플루엔자는 특별 경계대상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약 1천600명이 감염 확진됐고 이 가운데 40%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가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날은 추워지는데,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올해도 기필코 `AI 청정 경북`은 지켜내야 할 것이다. 선제방역과 자만하지 않는 행정, 지역민들의 철저한 예방의식과 협조가 관건이다. 끝끝내 시련을 이겨내는 강단 있는 경북인의 모습이 입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