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포항 흥해체육관에서 김영복(65·왼쪽 두번째)씨가 배식을 하고 있는 모습.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이번 포항지진의 진원지이자 가장 큰 피해를 본 흥해지역의 대피소인 이곳에는 수백명의 이재민에 맞먹을 만큼 각양각색의 자원봉사자와 지원팀이 전국에서 찾아와 자리를 잡고 있다. 지진으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에게 심적으로나 물적으로나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들을 만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른팔 장애 있어도 하루 1천500인분 거뜬히 만듭니다”

사랑의밥차 경상도지부장 김영복씨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흥해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엔 저와 부인, 단 두 명뿐이었죠. 우린 곧장 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례없는 포항 지진 이후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들을 위해 포항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피해주민들을 돕는 숭고하고도 순수한 마음은 모두가 같다. 17년째 전국을 돌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김영복(65)씨 부부 역시 그들 중 하나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포항 흥해체육관에서 만난 김씨 부부는 한창 점심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점심 메뉴는 짜장볶음밥. 현장에서 원하는 음식을 직접 전달받아 음식을 조리한다. 볶음밥은 800인분이 만들어졌다.

이들 부부는 포항 태생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봉사를 시작했다. 자신들의 집도 지진 피해 탓에 엉망이 돼 있는 상태지만 치우지도 못한 채 다른 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며칠 밤을 새워가며 봉사하고 있다. 언제쯤 철수할 예정이냐는 물음에 “이 곳이 마무리될 때까지 당연히 있어야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오른팔을 쓰지 못하는, 몸이 불편한 절단장애인이다. 오른손은 의수(義手)다. 그럼에도 17년째 전국을 돌며 사랑의 밥차 봉사를 하고 있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에도, 지난 2013년 포항 산불 당시에도, 세월호 사고 현장에도 김씨 부부는 늘 그곳 주민들과 함께 있었다. 물론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그랬다.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이들 부부의 가치관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사비로 충당한다. 포항 지진 이후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다행히 지금은 다른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과 지원을 받고 있다.

흥해체육관에서 김씨 부부네 사랑의 밥차에선 하루 1천500인분 정도 식사가 조리된다. 밥만 만들다가 하루가 다 간다. 그러나 이들의 손길은 멈출 줄을 모르고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날이 추웠지만, 봉사자들 주위에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봉사는 하다가 하지 않으면 못 견딥니다. 봉사에 이유가 있나요?”

/이바름기자

 

▲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심리지원부스에서 최동석(오른쪽) 복지사가 상담을 준비하고 있다.
▲ 포항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심리지원부스에서 최동석(오른쪽) 복지사가 상담을 준비하고 있다.

“심적으로 힘들면 억누르지 말고 저희를 찾아오세요”

道정신건강복지센터 최동석 복지사

흥해실내체육관에서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인 앞쪽 단상에는 의료지원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는 끊임없이 오가는 이재민들에게 진료와 상담 등을 통해 필요한 약품과 처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항상 밝은 표정으로 이재민들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이재민들의 심리적인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심리지원팀으로, 지난 17일부터 포항시 주요 4곳의 대피소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포항시남·북구보건소와 보건복지부국립부곡병원,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합동으로 이재민 중에서도 극한 스트레스 반응과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이곳은 1차적으로 대상 이재민에 대해 각종 상태를 체크하며 스크리닝을 진행한다. 이후 상담 등을 통해 좀 더 심층적인 치료가 필요한 분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으로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리지원부스에서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경상북도정신건강복지센터 최동석(33·사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일단 이재민들이 이것부터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 복지사는 “큰 재난을 겪으며 심적으로 나타나는 각종 스트레스는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고 계셨으면 한다. 오히려 `나는 왜 이럴까`하며 이를 억누르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수도 있다”며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원래 생활패턴 유지에 힘쓰고 주변 지인들과 현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자신에게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행동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즉, 산책이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산책을 자주 하면서 좋은 기분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최 복지사는 “이번 지진을 통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실 이재민분들께서는 스스럼없이 저희를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셨으면 좋겠다”고 “이곳 외에도 도내 정신건강증진센터 및 보건소에서도 동일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전화인 1577-0199로는 365일 24시간 상담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많은 이재민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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