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프랑스 입양아 출신 재외 동포 조아킴 손-포르제가 한국을 다녀갔다. 1984년 7월 서울 마포의 어느 골목에 버려졌던 그가 프랑스의 하원의원이 되어 고국을 방문한 것이다. 그의 얼굴 모습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고 생각과 말은 프랑스인이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 주선으로 프랑스의 변호사 가정에 입양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되고, 하프시코트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추천으로 프랑스의 해외 선거구인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지역구에서 74.88%를 얻어 의원에 당선되어 이번에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이다.

우리의 재외 동포는 남북한 인구의 약 10%인 750만 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그 나라 국적이나 시민권 취득자도 있고, 영주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비즈니스 등 장기 체류자도 있다. 이들을 통칭하여 `재외 동포`라고 일컫고 이들 중에는 비자발적인 디아스포라(Diaspora)도 있다. 이들이 해외에 거주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나름대로 조국보다 좀 더 낳은 삶을 추구하기 위함이 공통적이다. 이들이 현재 세계 170여 개국에 산재하며 약 500만명이 미·일·중·러 등 4대 강국에 분포되어 거주하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들이 한류의 전파자이고, 우리나라의 외교나 무역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다행히 성공한 재외 동포들이 조국 대한민국을 찾고 있다. 이번 프랑스 조아킴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조국을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역귀향하는 사람까지 있다. 우리 정부도 어려운 시절에는 이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나 이제 이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 산하의 해외 동포재단은 이들을 돕기 위한 네트워킹 활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몇 해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종신 교수 미리엄 정을 만난 적이 있다. 중앙아시아 어느 학회에서 처음 만난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삐아제 연구로 세계적인 교육 심리학자가 된 것이다. 그는 한국도 여러 번 방문하여 `10대 소년 천재로 키우기`라는 책도 출판한 바 있다.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에도 250만명이 넘는 코리언들이 살아가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과 구소련의 고려인(까레이스키) 중에는 성공한 사람이 수 없이 많다. 중국에는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조남기 장군이 떠오른다. 고향이 충북 청원인 그는 중국의 전체 소수민족 가운데 최고 지위에 오른 `조선족의 우상`이다. 연변 출신 이덕수도 중국 중앙 정부 민족성 차관급을 지낸 조선족 관료이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주한 고 김병화는 고려인 집단 농장을 개척하여 스탈린 시대 노력 영웅이 되었다. 여러해 전 방문한 중앙아시아에서는 출세한 고려인 의사, 변호사, 교수, 방송국 아나운서, 스포츠 스타를 만난 적이 있다. 모스크바에 사는 김영웅씨는 러시아의 듀마 의원이 되었고, 미하일 박은 모스크바 대학 정교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과는 현재 연락이 끊겼지만 이밖에도 성공한 고려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은 한국 언론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에는 뉴욕주의 의원인 임용경씨 외에도 수많은 주의원이 건재한다. 얼마 전에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시에는 재미동포 시장까지 탄생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의 숙원인 노벨과학상도 재미 동포 학자 중에 나올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떠난 코리언들이 성공담이다.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고층빌딩 중에는 재미 동포 빌딩이 여러 개 있단다. 모두가 고국을 떠난 재외 동포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다. 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이들이 세계 한상대회 등 코리아 네트워킹을 통해 더욱 발전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국경이 사라져 가는 세계화 시대에 재외 동포는 우리의 훌륭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