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일어난 진도 5.4규모의 강진은 지금까지의 지진대책이 완전히 엉터리였음에 대한 경고다. 지진은 이제 한반도에서 `지나가면 그뿐`이라는 미련한 배짱으로 넘어갈 재앙이 아님을 입증한다. 정부에서는 미봉책만 생각하고, 정치인들은 몰려와서 왔다갔다는 증명사진 찍으면서 립 서비스만 펼칠 일이 결코 아니다. 경북지역에 내진보강 예산이 집중 투입돼야 한다. 참혹한 비극을 막기 위한 혁명적인 액션플랜이 실천돼야 한다.

우리나라 건물의 내진설계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재앙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수준 또한 형편없다는 사실 또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포항 피해지역 주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울고 있는데, 원전안전 문제를 이슈화해 선동이나 하려는 무리들은 또 뭔가. 정부와 정치권 수뇌부가 앞 다투어 달려와 사진을 찍고 다니는데, 알고 봤더니 정작 그들은 그동안 지진대책 예산이나 깎아댔다니 분통터질 일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온 정치권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대책은 빈 수레였다. 정부는 작년에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진 안전대책 관련 예산을 77%나 깎아버렸다. 국회에 발의된 지진 관련 정부·의원 법안도 16개 중 겨우 2개만 통과시켰다.

전국 학교건물의 내진율은 작년 말 기준 고작 23.1%다. 하지만 전국 학교를 내진보강하려면 20년 넘게 걸린다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진 대비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하는 예산은 올해 83억5천900만원에서 내년 65억4천600만원으로 21.7%나 삭감됐다.

우리나라의 지질·단층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서둘러, 대비의 최적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지진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작년에 되살린다던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는 제자리걸음이고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신설도 말뿐이었다. 당장 이번 예산심사 때부터 공공건물의 내진성능 보강에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 지진이 잦은 경북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것이 옳다.

국민들은 훈련이 전혀 안 됐는데, 이번 포항지진 때 휴대폰으로 온 재난문자는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가 고작이었다. 대피 요령 등을 추가로 보내줄 생각을 왜 못했는지 한심하다. 재난 발생 시 행동요령 등을 평소에 온 국민들에게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국민 모두 지진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훈련을 거듭해 몸에 익히도록 대비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국회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지진대응 관련 법안부터 각 상임위별로 즉각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이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다중시설부터 안전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더 이상 `소를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어리석음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