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생한 포항 강진의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도심 곳곳에 지진재난이 흔들고 부순 처참한 흔적들이 난무하고, 시민들은 이어지는 여진 공포 속에 일상마저 헝클어지고 있다. 신속한 피해복구는 물론 더 큰 여진이 올 것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바탕으로 방재인력과 자원, 행정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선진 `지진대비 시스템`의 도입도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16일 현재 전날 발생한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과 40여 차례 이어진 여진으로 경북에서 55명이 중경상을 입고, 시설물 1천300여 채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진으로 발생한 포항시의 이재민 수는 1천53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등 27곳에 대피해 있다.

피해를 입은 시설 중 사유시설은 건물전체가 무너진 3개 동을 비롯 1천90동에 달한다. 차량은 38대가 피해를 입었다. 포항 도로 11곳에 균열이 일어났고, 상수도 45곳, 학교·면사무소 등 공공건물 74곳도 파손됐다. 경주 양동마을과 기림사 대적광전 등 국가지정문화재 10건, 시도지정문화재 10건, 문화재자료 3건 등 모두 23건의 문화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 중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과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했다. 동해안에 위치한 원전 9기는 발전정지나 출력감소 없이 정상운전하고 있다. 다만 경주에 위치한 월성원전은 지진감지 경보가 발생해 점검 중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지진피해를 당한 포항과 경북 일원 지역민들의 일상이 흐트러지고 공포가 좀처럼 씻겨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주민들은 불안을 견디지 못해 타지의 친인척들의 집으로 일시 피난을 가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지역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모 5.4의 본진보다도 더 큰 여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소방방재청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7.0의 강진이 서울에서 발생하면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5만여 명, 부상자가 62만여 명에 달했다. 피해를 복구하는 동시에 더 심각한 여진에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본진의 영향으로 반파되거나 금이 간 건축물의 경우 접근금지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빠른 안전진단과 보완을 통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강진으로 인한 가공할 피해를 막으려면 일본처럼 대비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문제를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 지진재앙은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