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를 것이다` 정태규 지음·마음서재 펴냄에세이·1만4천원

“인간에 대한 사랑과 예의, 삶에 대한 외경과 겸손을 체험적 고백으로 깨우쳐준다”는 이해인 시인의 추천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소설가 정태규의 책 `당신은 모를 것이다`는 평범하게 길을 걷고 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손이 아닌 안구 마우스로 어렵게 써내려간 고통과 그 고통을 극복한 기록에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느껴지는 감동의 진폭이 여느 책과는 다르다.

전직 국어교사이기도 했던 저자 정태규는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어느 가을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중 루게릭병의 전조를 느꼈고, 이후 힘이 없어지는 팔다리와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하게 된 상황에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정 씨는 그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가혹한 운명을 이겨내며 `구원으로서의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다만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해, 육체의 감옥에 갇혀 눈만 깜빡일 수밖에 없는 이 불행에 대해, 나 자신이 분노나 공포에 사로잡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라는 정태규의 문장은 삶의 벼랑 끝에서 체득한 인간과 세계에 관한 진실을 아프게 보여준다.

책을 접한 시인 김용택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비 같은 사람, 그 사람 정태규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다시 저쪽에서 환생하고, 또 이쪽에서 부활하고, 여기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말로 정태규와 정태규의 문장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극단의 불행 속에서 극적인 희망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에게서는 `미시적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발견된다.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진술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풍경이 실상은 얼마나 귀한 보물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만화가 이현세는 “고통의 병상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정태규를 보며 힘을 얻는다. 그를 통해 살아 있는 매 순간의 놀라운 기적을 경험한다”고 했다.

/홍성식기자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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