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지음·김영사 펴냄인문과학·2만5천원

“종교에서 진리란 그저 살아남은 견해를 지칭할 뿐이다.”

-오스카 와일드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로버트 퍼시그

“종교를 비판한다는 것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연민과 사랑 등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는 일이다.”

- 필립 풀먼

어떤 형태로건 신(神)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인용의 열거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리처드 도킨스 석좌교수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는 위와 같은 인용이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부제로 단 이 책에서 도킨스 교수는 “종교가 없었다면 자살 폭파범도, 9·11 사태도, 마녀도, 인도 분할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도, 고대 석상을 파괴하는 탈레반도, 유대인 박해도, 속살을 보였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행위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도킨스 교수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주에 관한 과학적 가설 중 하나로서 다른 모든 가설들처럼 회의적으로 분석돼야 한다”며 “이제까지 신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은 대단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전작 `이기적 유전자`와 `눈 먼 시계공`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졌다시피 그는 찰스 다윈이 주창한 `진화론`의 철저한 추종자이자 지지자다. 이런 철학적 신념을 바탕으로 도킨스는 `창조론`을 논박하고, 종교의 불합리성이 야기한 각종 사회적 해악을 비판해왔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가난, 아동학대와 동성애자 인권유린 등은 모두 종교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서 왔다”며 신을 믿지 않거나 부정하는 무신론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구차하게 변명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당당히 나서야 할 일이다. 무신론은 언제나 마음의 건전한 독립성 즉, 건강한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게 도킨스 교수의 주장이다.

▲ 리처드 도킨스  석좌교수                                                                                                                                               /연합뉴스
▲ 리처드 도킨스 석좌교수 /연합뉴스

도킨스 교수의 비판은 특정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지 부시는 신으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은 그곳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 계시를 내려주지는 않았다”는 말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는 도킨스는 아랍 세계를 지배하는 이슬람교의 불합리와 비이성에 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낸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성애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은 사형이었다. 산 채로 묻은 뒤 그 위에 벽을 쌓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죄는 다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성인들 사이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진 사적인 행위임에도 그러했다.”

`만들어진 신`을 통해 도킨스가 이르고자 한 지점은 `인간, 그 스스로에 대한 신뢰 획득`으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신 앞에서 무너졌던 존엄을 되찾아 스스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되어야한다는 것. 신에게 빼앗겼던 사랑과 연민이라는 인간 본연의 가치가 회복돼야 한다는 것 말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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