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한 장관이라는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구속영장 신청은 세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가 포승줄에 묶여 버스에서 내리는 장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전 국정원장 여러 명이 구속되거나 구속될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다시 김 전 국방장관의 구속영장 신청은 결코 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의 발 빠른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중국이 사드 철수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중국 관영 CCTV는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이버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될 당시“한국이 사드 배치 주동자를 척결하고 있다는 신호를 중국에 보내왔다”고 보도하며 사드 문제를 상기시켰다.

또한 국내 상황과 의도와는 달리 중국은 이 상황을 사드 철수로 활용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 상황이 꼭 죄가 된다면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 부하들의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발언이었다.

국정 농단 사건이 시작된 뒤 국민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수감자를 많이 보았지만 그중 스스로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 사람은 김 전 장관이 처음인 것 같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으로 통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합참의장,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장관에 발탁됐다. 부임 후 “북 도발 시 10배로 보복하라”고 지시하고, 실제 연평도에서 대규모 포격 훈련을 실시하자 북한은 그를 `보복 타격의 대상자`로 지목했다.

박근혜 정권은 그를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하였고, 그는 지난 10년 이상 대한민국 안보의 간판이었다. 그런 그가 정권 교체와 함께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이 중국과 북한이 바라는 바라면 그것도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밝힌 그의 주된 혐의는 군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군 형법 위반이다. 김 전 장관이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 심리전단에 각종 정치적 이슈에 대해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댓글 공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되어야 알겠지만 그러한 사이버 댓글은 위법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 국내를 교란하기 위해 벌이는 사이버전에 대비한 사이버 부대의 활동까지 몽땅 매도된다면 그것도 옳은 판단은 아니다.

우리는 사건의 진실을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매일 올라오는 사이버사 보고서 표지에 `V`표시를 해서 `봤다`는 의미로 돌려보낸 문서를 근거로 댓글공작을 승인하였다는 근거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북한의 사이버부대에 대응하여 얼마나 국가를 지키려고 노력한 진정한 군인이었나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판단이라고 본다. 거듭 북한의 사이버전을 한번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그가 사이버사 군무원 증편을 지시한 2012년 초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급속도로 강화됐다. 대남 선전 매체 `구국전선`은 신년 사설에서 `진보 세력의 대단합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룩해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남한 정부에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야 한다`고 했다.

2013년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은 7천명에 달했다. 우리 측 사이버사 군무원의 10배였다. 김정은은 2013년 군 간부들에게 “사이버 공격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군의 만능 보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측 변호인 말을 빌리면 “북한이 우리 측 총선과 대선을 노리고 사이버전을 벌이는데, 우리 측 사이버사도 대응 과정에서 일부 정치적 이슈가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며 “경계가 모호하고 피아 식별이 어려운 사이버전의 특수성이 김 전 장관의 유·무죄 판결에서 감안돼야 한다”고 했다.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의롭고 번영하면서 안보가 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연 최선인가 우리는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