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용 선

지금 나는 순결하다

누가 투명한 보자기에

몰래 비밀 하나를 써서 감추고

살짝 돌아서는 모습이 깡총한 것처럼

나는 고독하다

소유하지 못한 세상의

더 많은 것들을 욕망하다가

갑자기 솟구치는 음악이 위태로운 것

처럼

나는 불온하다

기억의 명료한 서랍 속에서는

아직도 사각사각 흰 눈이 내리는데

내려서 아주 질서정연하게 쌓이는데

가끔은 마른 풀냄새 같은 걸 안고와서

이쁘게 풀어 놓고 가는 바람을

바람의 속내를 마주 보지 못하고

짐짓 돌아서 있어야 하는

지금 나는 거짓이다

시인은 자신이 고독하고 불온하다고 말하면서 순결하다고 말한다. 자기고백을 시작하는 이 시에서 시인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목소리를 듣는다. 세상은 순결의 가면을 쓰고 불온하고 고독한 상태에서 태연하다는 것이다. 아무도 이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시인은 그런 이중의 현실을 거짓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날 선 시인의 현실인식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