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곤영<br /><br />대구본부장
▲ 이곤영 대구본부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적폐청산일 것이다.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의 사전적 의미인 적폐의 청산은 사회적으로 불합리하고 나쁜 관행 등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적폐 청산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적폐청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마 국민 대다수도 적폐청산에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들여다 보면 그 대상 선정과 청산이 보수에 국한돼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에서는 정치보복이니 보수궤멸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진보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 특권을 바로잡고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보수에서는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다시 정권이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뒤바뀔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편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적폐청산`을 제시하고 지난 6개월 동안 국정농단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 등 광범위한 적폐청산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일 서훈 전 국정원 차장을 국가정보원장에 내정하면서 국정농단의 온상으로 전락한 국정원 전면 개혁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임명하는 등 적폐청산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검찰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좌천된 윤석렬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고 법무부 장관에는 비 검찰 출신인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임명하는 등 적폐청산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모든 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정권의 모든 정책과 행위에 대해 비리 여부를 전방위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는 물론이고 검찰에서 `혐의없음` 결론까지 난 BBK사건까지 재수사와 검찰 구속까지 들먹이면서 압박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은 물론 권력의 가운데 있었던 사람 가운데 비리가 있다면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적폐청산 대상을 보수정권만 국한하는 것은 분명히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보수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부분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을 포함해 역대 정부의 모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사하고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비롯해 국정원의 정치개입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미림팀이라는 도청팀이 2천명에 가까운 인사를 24시간 도청하기도 했다.

돈과 권력의 유착을 확실히 끊어내는 적폐청산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수에서는 바다 이야기와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사건 등 노무현 정권도 적폐청산에서는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은 부패의 꼬리를 끊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식의 적폐청산은 곤란하다.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려면 보수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역대 정부가 자행한 적폐를 동일한 잣대로 청산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보수가 주장하는 정치보복이니 한풀이 정치공작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보수정권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진보정권에 대해서도 제대로 적폐청산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