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카운트 다운` 돌입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한국 경제도 미국발 `신(新) 금융긴축 시대` 영향권으로 들어서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16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연 1.25%)에 머물러 있다. 중앙은행은 그동안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절해왔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저금리 시대`에 길들었던 경제 주체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부터 나온다.

금리 오르면 이자 압박 한계가구 150만 예상
빚 부담으로 저신용자 속출땐 경제에 악영향

□금리인상 직격탄 기업보다 가계에 부담

글로벌 금융긴축 사슬이 한국 경제를 조여오기 시작하면서 시중금리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미 금리 상승이 시현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9월말 5%를 돌파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장기간 받을 경우 향후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1천400조원의 빚을 안고 있는 가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분기 612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현재 1천388조원으로 10년간 두 배 넘게 늘었다. 기업부채보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더 많이 늘어났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압박에 시달리게 될 한계 가구도 15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기에는 신용도가 낮거나 부채 규모가 큰 위험 가구의 대출금리가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1천800만명에 이르는 대출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대출금리가 1.0%p 오르면 1억원을 빌린 사람은 연간 이자 부담이 100만원 는다. 한달에 8만원 이상 이자 지출이 커지는 셈이다.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가 2만5천가구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까지 상환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며 “통상 0.25%p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8천만원에서 1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을 때 연간 이자 부담액은 10만원~20만원 가량 상승한다”고 말했다.

□회복세 약한 한국경제 금리 충격 견딜까

이전까지 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양상이 보이거나 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단행됐다. 지금은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물가상승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성장률은 올해 3%, 내년 2.9%로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 내년 1.8%로 한국은행이 정한 물가안정목표제의 하한선(2%)을 밑돈다. 경제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당위성은 약하다.

통화정책 수단을 가계부채 해법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면 정부가 추경을 하는 해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정부와 한은의 경기 처방이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물가 안정이 목표가 아닌 가계부채나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경제 여건이 미약한 상황에서 굳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필요성과 향후 위기에 대응할 여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활용 시기 따져보고 사용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매우 느리고 신중한 `베이비 스텝`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급한 금리 인상이 미약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 국내총생산(GDP)을 0.05%p 끌어내린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서민들의 부담은 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기준 가계신용 잔액 1천388조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38조원에 이른다. 전체의 67.6%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동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민들의 빚 부담이 커지면 저신용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수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시중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활용할 경우 대출 활용 시기, 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은행 한 여신 담당자는 “변동금리 상품은 고정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단기간 사용할 때는 변동금리 대출을 사용하고 장기간 사용할 경우에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민정기자

    김민정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