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수험생 `수능 원정기`
수능 시험지 배송 어려워
학력고사 도입 당시부터
30여년째 포항으로 원정
올해도 수험생 34명 육지行
해병대 청룡회관서 `열공`

▲ 오는 16일 실시되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포항 청룡회관에서 머물고 있는 울릉고등학교 학생들이 13일 수능 시험에 대비해 공부하고 있다.

“낯선 곳이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겠습니다.”

오는 16일에 예정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울릉지역 학생들의 힘겨운 수능 원정이 시작됐다.

13일 오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의 해병대 청룡회관.

회관 1층에 위치한 다목적 홀에서 울릉고 학생 20여 명이 수능 마무리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자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 편한 복장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복사물과 교재 등을 가지고 그동안 풀었던 문제를 복습하는 학생과 이어폰을 꽂고 듣기 문제에 집중하는 학생, 컨디션에 따라 머무는 방에서 별도로 공부하기 위해 자리를 뜨는 학생 등 저마다 맞는 방법으로 수능 시험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평생을 지내왔던 울릉도에서 시험을 치를 수가 없는 이들은 비록 포항이라는 낯선 곳이었지만 그동안 공부한 결실을 맺고자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울릉고 학생들은 지난 10일 포항에 도착했다.

총 34명의 수험생과 인솔자인 김종태 교감, 고3 담임, 진로부장 등 4명의 교사가 청룡회관에서 머물며 막바지 시험 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울릉도의 수험생들은 기상악화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 시험을 치를 수 없으므로 통상 일주일 가량 전에 해마다 육지로 나오는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올해는 지난 11일에 포항에 도착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기상문제로 예정보다 하루 일찍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980년대 초 학력고사 도입 당시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수능 문제지를 시험 당일 이른 아침 각 고사장으로 배부해야 하는데 시험 날 아침에 포항에서 울릉도로 시험지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이에 수험생들은 경북도교육청의 지원 아래 해마다 갈아입을 옷과 문제집, 교과서 등을 챙겨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머물다가 수능 후에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룡회관에 식당이 마련돼 편리하고 시 외곽이라 조용하며 포항시와 해병1사단에서 학생들의 이동을 위한 차량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험생들은 새로운 환경이라 적응이 다소 어렵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고향에서 응원하는 가족, 친구, 선생님 그리고 도와주는 이들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시험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험생 안지원 양은 “낯선 장소라 적응은 힘들지만 많은 분의 격려 덕분에 수능대비 마무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수능 당일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태 울릉고 교감은 “학생들이 힘들지만 경북도교육청과 해병 1사단의 지원 덕분에 점차 안정을 찾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공부다. 큰 경험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김두한·고세리기자

    김두한·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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