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종철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파리 출신으로 영국 유학시절 ‘워털루에서 영국군이 승리한 것은 이튼(Eton College) 교정에서 꽃핀 스포츠 정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포츠가 청소년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 청소년에게 새로운 용기와 의욕을 북돋워주고 그들의 심신을 강화시키기 위해 1889년 ‘프랑스 스포츠연맹’을 조직했다.

또한 세계의 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나누면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어린 노력으로 1894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회의에서 유럽 각국 대표들은 만장일치로 올림픽 경기 부활을 결정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가 조직되었다.

현대 올림픽의 시작은 이렇듯 군인의 눈을 통해 영감을 얻은 한 교육자의 탁견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학교는 6월에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학교마다 가을 운동회나 봄 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과연 스포츠를 통해서 청소년 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면에서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청소년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더불어 사는 지혜를 스포츠를 통한 학습으로 깨닫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학교 교정은 지금 이른 아침 일과 전부터 방과후 저녁까지 아이들의 함성과 열기가 가득하다. 사제동행, 혼연일체가 되어 연습에 한창이다.

교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열정과 단결된 의지가 뜨겁다. 연습 내내 왕따 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성적의 고하도 없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도 없다. 빈부의 격차도 없다. 운동장에는 공의 방향에 따라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지고, 줄을 넘는 그 순간, 순간마다 아이들은 한 마음으로 공존법칙을 배운다. 누구 한 아이의 실수가 승패를 가를지라도 결국 그 책임은 함께 질 수밖에 없는 공동의식을 배운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절실히 추구하는 인성교육이 스포츠를 통해서 하나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 완성된 힘을 우리는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보았고,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꿈을 현실로 이루었다.

꿈의 실현은 우리 나라를 넘어서 전 아시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신사가 되는 법을 배운다.

‘정정당당히 싸우자’는 선생님의 입으로 전달된 충고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뭉쳐서 내뱉는 결의이다. 어디 그뿐이랴. 교실에서는 한 시간에도 몇 번씩 “조용해”라는 말이 허공을 가르지만, 발야구, 줄넘기 경기에 선생님의 작전이 내려지는 동안에는 누구 하나 딴청을 부리지 않는다. 선생님의 말씀을 이때처럼 귀담아 듣는 시간은 없었다. 선생님을 향한 존경과 믿음이 단번에 이루어진다. 행여 친구가 다칠라치면 모두가 한데 모여 걱정을 한다. 우정과 사랑이 넘치는 장면이다. 스포츠를 통한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던 그리스는 전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일찌감치 준비할 수 있었으며, 영국은 나폴레옹을 격퇴할 작전을 이튼에서 부터 시작하였고, 쿠베르탱은 110년 전에 이미 스포츠를 통한 인성교육의 방법을 알았던 참교육자였다. 학급경영자인 나도 이참에 할 일이 하나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게 이긴 편에게 박수를 보낼 것인가? 승자는 패자에게 겸손할 수 있을 것인가? 지는 법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승자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체육대회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며, 교육 효과를 상승시키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임에 틀림없다.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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