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연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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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11.09   게재일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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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예년과 달리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지속되고 있다. 아침저녁 한기(寒氣)만 아니라면 화사한 봄처럼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러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면 겨울은 문득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도 도둑처럼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는 오래 전에 겨울이 왔던 것처럼 시끌벅적하리라. 여태 경험한 적 없는 맹추위가 찾아온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다른 계절이 오는 법이다.

겨울이 가까우면 옛일이 생각난다. 산림녹화를 명분으로 박정희 정권은 연탄을 대체재로 제시했다. 무작정 상경한 50년 전 겨울, 서울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했다. 언제나 모자랐던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는 “가자!” 하고 형과 나를 재촉했다. 엄마는 커다란 고무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우리는 양은 세숫대야를 들었다. 어른은 세 장, 아이들은 한 장씩 연탄을 공급받았다. 그렇게 하루저녁 다섯 장 연탄을 운반함으로써 하루일과를 마감하곤 했다.

연탄은 탄광에서 캐낸 석탄으로 만든다. 탄광에서는 크고 작은 매몰사고가 일어난다. 지난 6일 전남 화순 광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3시간 만에 진화(鎭火)됐다. 천만 다행으로 교대 대기시간 중에 일어난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전남 유일의 화순탄광 일평균 석탄 생산량은 750t으로 작년에 22만4천t을 채굴했다고 한다. 여기서 생산한 석탄은 전국의 화력발전소와 연탄공장으로 공급된다.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우리는 전기와 가스를 생각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60%를 넘어섰고, 여기에 다세대와 연립주택을 더하면 75% 정도가 난방연료로 가스를 쓰고 있을 듯하다. 노년들은 전기장판과 담요를 필수품으로 여긴다. 그런데 전기를 만드는 주력으로 석탄을 빼놓으면 안 된다. 석탄 발전비율은 액화천연가스 32%에 이어 2위인 30%다. 원자력은 21%로 3위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10곳의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청정한 대기를 제공하는 것 역시 복지정책의 일환이다. 지난 세기 60, 70년대 연탄가스 중독이 떠오른다. 해마다 수백의 인명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이승과 작별했던 우울한 기억.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문제가 언론에 회자됐다. 어젯밤에 전국적으로 몇 사람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일상화되었으니 말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눈비로 인해 기압이 떨어지고 바람이 잦아드는 때면 언론은 앞 다투어 연탄가스 중독을 조심하라는 보도를 내야했다. 그러하되 가난하고 헐벗은 대다수 궁민(窮民)들은 속절없이 저승차사의 손에 이끌려 이승을 하직해야 했던 것이다.

나 역시 저승문턱을 세 번 넘게 다녀왔다. “아침잠 적은 네 아버지가 일어나시다 비틀하면서 식구를 깨웠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런 말씀을 하고 팔순 노모는 여적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기억력이 과히 나쁘지 않았던 나 역시 예전 같지 않은 총기(聰氣)를 생각하며 우스개를 한다. “그때 연탄가스 안 맡았으면 아이큐가 세 자리는 될 텐데!” 하기야 대학 다닐 때까지 구공탄을 난방연료로 써야 했으니 당연지사 아닌가.

화순탄광 화재사건을 보면서 어린 시절 연탄과 연탄가스를 생각한다. 별과 달을 보고 낑낑대며 구공탄을 날랐던 까까머리 소년. 가난했지만 여섯 식구가 밥상에 머리 맞대고 킬킬거렸던 그때를 떠올리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구공탄으로 겨울을 나야하는 이웃이 있다. 겨울 가까운 때에 그이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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