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명 주

나 물한리 가네

물한리 가서 이 세상 쏟아내지 못한 말 쏟으려 하네

시원의 터 거기

나 물한리 가네 물한리 가서

물 속에 잠든 그리움 건져 올리는 물까마귀 되려네

꼬리 흔들던 다람쥐는 볼이 볼록한 채 달아나고

살집좋은 들고양이 눈을 빛내는 물가

아직도 공중을 빙빙 도는 저 가마우지 눈을 피해

가슴 속 뜨거운 말 담아 넣는 색짙은 날개짓이 되려네

물한리 한줌 소리없이 풀꽃이 피고

물한리 물한리 아득한 당신에게 흘러갈

나 낮은 물소리 되겠네

이 시에서 말하는 물한리는 존재의 해방이 있는 공간이며 자유롭고 안전한 공간을 일컫는다. 현실의 힘겨움이나 결핍, 고통,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안식의 공간이고 생명의 활기를 공급해주는 공간이다. 현대인들에게 물한리는 염원의 공간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유형무형의 물한리 하나쯤은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