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재 호

나는 너만의 것이어야 한다

너는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

너는 나만을 가져야 한다

나는 너만을 가져야 한다

숲이 한 마리의 새만을 품지 않듯

작은 새도 하나의 숲에 머물지 않는다

구름이 지나면 바람이 일고

바람이 일어나면 구름도 길을 떠난다

나는 너를 놓아주어야 한다

나의 형틀에 갇힌 새여

너의 형틀에 갇힌 나 또한 놓아다오

남녀의 사랑을 비유적으로 쓴 소유의 슬픔에 대한 이 시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의 욕망은 집요하고 가끔은 절대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놓아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놓아주고 풀려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지배하는 이념이나 사상도 결코 불변의 가치를 가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극단의 사랑은 참다운 사랑이 아니다. 남을 수용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사랑을 어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