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인(청림초등교 6년)
<산문>

△장원

‘할매선생님’

류지인(청림초등교 6년)

새록 새록 봄이 피어나는 3월.

한 살 더 먹은 2학년이 되었다는 생각에 멋모르고 방방 뛰어다니던 날, 친구들과 교실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야아, 저기봐 할매쌤이야.”

‘할매샘…’

고개를 돌리니 키는 작고 머리엔 뽀글파마를 하며 한껏 멋을 낸 꽃무늬 치마를 나풀거리는 선생님이 계셨다.

“어휴.”

가슴속에 있던 모든 숨을 뱉었다.

우람하고 자상하신 남자선생님도 예쁘시고 목소리도 꾀꼬리인 여자선생님도 아닌 잔소리가 심하고 앞뒤 꽉막힌 할머니 선생님 이라니….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에 앵앵거렸다.

내 예상과는 달리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지인이 나와봐.”

아침 자습시간. 난 숙제를 안 해왔는지 뒤적뒤적 하였다.

다 해왔는데….

이상하게 생각하고 교탁으로 나갔다.

“지인아, 백일장에 나가볼래?”

“녜?.”

“네 일기를 보니까 글재주가 뛰어나구나. 글씨도 예쁘고.”

한 순간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나가는 것으로 하고 네 이름을 써서 1학년 4반에 가져다 드려.”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1학년4반으로 이 종이를 갖다놓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 주 토요일날, 나간 백일장에서 입상을 하여 선생님의 격려와 칭찬을 하루종일 들었다.

그렇게 할매선생님께서는 백일장이 있는 즉시 격려와 함께 보내주셨고 나는 선생님의 은혜로 글을 쓰고 꿈 또한 작가로 바뀌어 갔다. 모든 면에서 선생님께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셨다.

어느덧 12월. 겨울방학식날. 선생님께서 마치자마자 나를 집에 데려다 주신다며 차를 타고 우리집에 오게 되었다.

뜬금없이 선생님께서 뒷좌석에 있는 컴퓨터를 꺼내시더니 우리집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셨다.

“선생님, 제 컴퓨터 아닌데요.”

그러자 나에게 주신다며 방으로 가져다 놓으셨다.

난 컴퓨터가 생겼다는 기쁨보단 누추한 집을 선생님께 보여드린단 생각에 선생님께서 실망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차가운 방바닥에 멋부린다고 창문에 붙인 촌스런 스티커들과 학교 서예부에서 쓴 삐뚤삐뚤 서예를 떡하니 붙여진 벽면. 나의 고개가 수그러 들었다.

“우와. 지인이 집 좋네. 방도 뜨시구 서예도 너무 명필이다.”

선생님께서 우리집 방문에 첫 마디셨다. 나와 가족이 어쩔줄 몰라 서있는 모습에 선생님께서는 자상한 할머니처럼 미소를 지으시고 말씀을 해주셨다.

“누추하다고 가난하다고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부자라서 되는 것이 아니잖아. 훌륭한 사람들 중에서 가난하고 어려움울 무수히 많이 겪은 사람이 많단다. 지인이도 이겨내서 꼭 한국을 빛낼 대문호가 되야지. 선생님의 꿈을 지인이가 이뤄주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고 차가운 바닥으로 으슬으슬하여 따뜻한 차 한잔이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선생님께서 배웅을 받으며 가셨다.

오늘도 선생님께서 주신 곧은 난을 보았다. 선생님을 보듯 잘 키워 달란 마지막 부탁이셨다. 전근 가신지 3년이 되어서 다시 할매선생님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문학소녀가 꿈이셨던 선생님께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선생님이 되셨다. 그래서 그 꿈을 제자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웃으시는 선생님의 뜻을 간직하여 세계의 모든 이에게 꿈과 행복을 심어주는 글을 써 선생님게 환하게 웃어드리고 싶다.

△우수상

‘우리 선생님’

차수빈(신흥초등교 2년)

5월은 푸릅니다.

잔디도, 나무도, 하늘도….

이렇게 푸른 오월에 우리 선생님의 얼굴도 푸릅니다.

우리 선생님은 참 예쁘십니다.

사랑을 듬뿍 나누어 주시고 쓰기 공부를 잘 해서 스티커가 열 개 모이면 뽀뽀상을 줍니다.

뽀뽀상을 받는 날은 마음이 설레여요.

또 뽀뽀상을 받는 날은 일부러 뺨에난 자국을 살짝 지워요.

엄마한테 ‘엄마 나 뽀뽀상 받았다’라고 자랑하려고요.

그리고 그런날은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이 좋아요. 푸른 잔디도 처음에는 씨앗이겠죠.

씨앗이 주인의 작은 보살핌에 잔디를 이루겠죠.

그래서 사람들을 쉴 수 있게 해 주어요.

우리들은 선생님의 작은 칭찬, 사랑을 먹고 자랄거예요.

그래서 그 사랑을 받은 우리는 푸른 오월보다 더 푸르게 자라고 싶어요.

우리 선생님 최고!

‘새’

신철민(두호남부초등교 2년)

“민이가 학교는 어쩌고 왔노?”

매번 갈때마다 할머니의 같은 말씀이시다.

그런 외할머니의 머리 위에는 항상 할머니의 친구 갈매기들이 동그랗게 춤을 추고 있다.

나의 외가는 대진 해수욕장이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할머니의 집은 언덕 위에 노란 페인트가 철해진 웃기는 집이다. 그곳에는 냄새도 지독하고 무섭기도 한 화장실도 있다.

아빠는 형사라서 항상 바빠 같이 못가시고 엄마와 나만 한달에 한번정도 외할머니를 보러간다.

사실 나는 같이 가지 않으면 엄마가 화를 내고 혼을 내시기 때문에 억지로 간다.

동은이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은데 말이다.

외할머니는 우리 할머니처럼 예쁜 옷도 입지 않고 화장도 안하고 계신다.

외할머니 얼굴은 항상 새까맣고 풍선 같이 생긴 몸빼 바지에 젖은 장화를 신고 오징어를 하고 계신다.

그래서 외할머니한테서 똥냄새가 난다.

“할머니, 냄새 나니까 목욕하고 오세요.”

“할머니 이빨 냄새 심해서 밥 안먹어요.”

나는 그냥 한 말인데 나는 외할머니 집에만 가면 엄마한테 많이 맞는다.

그때마다 나는 다시는 따라오지 말아야지 한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한테 가면 좋은 게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 할머니의 친구 검은 갈매기이다.

처음엔 가까이서 보니까 너무 무섭고 더러웠다. 눈도 새빨갛고 검은 털에는 더러운 할머니의 오징어 똥창이 많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갈매기는 항상 먼 바닷가나 높은 하늘에 날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 머리 위나 손 옆에서 오징어 똥창을 욕심스럽게 쪼아 먹으려고 끼룩끼룩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할머니 갈매기 안 무서워”

물으면 “무섭기는. 저것들이 얼마나 배고프면 이걸 먹겠노. 그래도 냄새나는 내한테 와서 말시켜 주는 건 저놈들이다.” 하셨다.

잘 모르겠지만 우리 외할머니의 친구는 갈매기 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이 즐겁다.

할머니 옆에 앉아서 오징어 냄새가 우왁 올릴것 같지만 그래도 오징어 똥창을 쪼아먹든 갈매기 날개도 만져보고 끼리익 끼리익 갈매기 노래를 나도 따라 부른다.

나는 두팔을 쫙쫙 펴고 갈매기처럼 춤도 춘다.

냉동 오징어 속에 손을 넣고 할머니 몰래 오징어를 통채로 갈매기에게 던져주기도 한다.

할머니의 친구 갈매기는 다른 갈매기처럼 높이 날지는 못해도 항상 우리 할머니와 함께 있어주는 아주 소중한 새이다.

나는 냄새나는 할머니와 냄새나는 갈매기가 정말 좋다.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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