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상상력과 현실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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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11.06   게재일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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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자신에게 위로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못할 일이라며 의아해 할 것이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2013)에서는 AI와 사랑에 빠진 한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이다.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편지글을 쓰기 위해 의뢰인과 그 상대방의 감정을 탐구하는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루니 마라 분)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 아니어서 아내와 별거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절절한 마음을 한 통의 편지글로 전하고, 그 편지를 읽는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사는 테오도르를 보면서 관객들은 안타까워한다.

테오도르는 어느 날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느낌을 가진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를 알게 된다. 자신의 말을 정성스럽게 들어주고, 자신을 깊이 이해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위로도 해주는 사만다는 어느새 그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만다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휴대폰 크기의 기기 속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지닌 AI로 등장하고 있다. 관객들은 육체 없는 여성으로 등장해서 테오도르라는 남성을 행복감에 빠지게 해주는 사만다를 보면서, SF영화라는 장르에만 등장할 수 있는 어떤 존재일 뿐이라는 위안과 함께, 왠지 모를 혼란스러움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육체도 정신도 가진 AI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그녀`보다 더 먼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A. I.`(2001)에 등장한다. 하비 박사가 만들어낸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헨리 스윈튼(샘 로바즈 분)의 집에 입양된다. 데이빗은 스윈튼 부부의 아들 역할을 하며 인간사회에 적응한다. 육체 없는 여성인 사만다와는 달리 데이빗은 육체와 정신을 가진 소년으로 등장해서 스윈튼 부부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회복해서 돌아오자 데이빗은 숲 속에 버려지고 만다. 데이빗의 유기는 비록 육체와 정신을 가진 로봇이지만, 그야말로 사물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하던 로봇을 처리하는 문제.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

두 영화는 AI가 인간의 결핍을 채워주는 어떤 존재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사만다와 데이빗이 육체라는 형상을 갈망하고, 진짜 인간이 되는 것을 욕망하는 데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라도, 이제 AI는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바둑을 두는, 신문기사를 쓰는, 시나리오를 쓰는, 사진 편집을 하는, 작곡을 하는, 연주를 하는, 그림을 그리는 AI 등 현실세계에서 AI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 달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7`이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AI인 `벤자민`을 제작한 굿윈은 “작사가가 다음 가사가 떠오르지 않을 때 AI는 1천개의 가능한 가사 후보를 보여준다. 시력을 높여주는 안경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의 연인이 된 것처럼, 데이빗이 스윈튼 가의 아들이 된 것처럼, 벤자민은 영화 `선스프링`의 시나리오를 썼다. 상상력과 현실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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