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자

세월의 허공을

무리지어 휘저어도

흰 피 토하는 그리움 뿐

산자락 내리 골

넓은 벌 자리하여

허무의 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몸부림은

끝내 사라질 바람의 울음일 뿐

불붙어 뜀박질하는 단풍들

지난 삶

제 모습

돌아보며 내쉬는 한숨

저것은

내 삶을 응시하는 서걱임일까

헤아릴 수 없는 소리의 외침일까

억새 비탈에 서서 시인은 서걱이는 울음소리를 듣는다. 살아오는 동안 가슴에 쌓여 울음이 된 상처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하얗게 꽃을 날리며 울고 있는 억새를 보면서 하나씩 풀어져 같이 날리어가는 느낌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허무하기 짝이없는 인생살이인 것을 아옹다옹 더 가지려고 더 나아지려고 발버둥쳤던 지난날들을 바람 부는 그 언덕에서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네 한 생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