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지만 또한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리 인생은 다분히 우연의 연속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난 것도 그렇다. 내가 나 자신을 디자인 해서 태어나게 된 것도 아니고, 내 부모님이 나를 디자인 해서 태어나게 된 것도 아니다. 내가 잉태되는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수 없이 많은 정자 중 하나가 성공하여 지금의 내가 생기게 되었다. 내 부모님이 그 날 그 시각에 결합하지 않았으면 나의 존재는 영원히 불가능 했다. 부모님들이 서로 만나게 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생각해 보면 수많은 우연의 요소가 크다. 그러니 내가 잘났다고 자만해도 안 될 것이고, 남만 못하다고 자소해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결혼은 전혀 남남인 무촌(無寸)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일심동체의 무촌(無寸)이 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의 하나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신랑 신부는 자신들의 배우자 선택과 미래 가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자주권을 행사하고 자신들의 선택을 해야 한다.

결혼식 준비도 그러해야 한다. 서양에서 신랑 신부는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양 부모 가족들, 친척들,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자신들의 결혼식과 피로연을 갖는다. 결혼식은 30분이면 충분하고, 피로연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기도 한다. 신부 신랑과 서로 친밀한 사이이니 피로연은 자연스럽다.

신랑 신부의 젊은 친구들이니 사회적 장벽 없이 서로 인사하고 어울린다. 신랑 신부의 날이다. 신랑과 신부가 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물론 신랑과 신부의 어머니, 신부와 신랑의 아버지, 하객들이 서로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며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한다. 신랑 신부는 미래의 삶을 자신들의 힘으로 스스로 개척하고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결혼 후 여러 해 자신들의 힘으로 저축하고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한다. 부모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신랑 신부는 자신들의 힘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들의 가족을 세워 나간다.

우리 한국은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갑을 문화`가 새로운 인생의 출발지점인 결혼식부터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모들이 결혼식을 열어 주고, 부모님들과 관계를 가진 분들이 결혼식의 주빈을 이룬다. 그날 많은 하객들은 신랑 신부와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신랑 신부와 모르는 사이니 하객들의 축하는 형식적이다. 하객들은 끼리끼리 밥먹고 헤어진다.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날이기보다 부모들의 날이다. `갑`인 부모들이 `을`의 결혼을 시켜 주는 것이다.

그날은 부모들의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는 날이다.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단지 몇 시간 진열하고 버려지는 식장 입구에 즐비하게 전시한 화환들과 하객들의 사회 신분이 부모님들의 재력과 사회신분의 상징이다. 따라서 결혼식은 `허례허식`적이고 형식주의로 흐르게 되고 낭비가 많다. 멋있게 보여야 하고, 비싸게 차려야 한다. 결혼식장은 공장의 생산과정처럼 움직인다. 축하금도 부모님들이 관리한다.

집은 결혼시초에 부모가 사주는 것으로 자식들은 기대한다. 결혼은 부모들의 허리가 휘어지게 만들고 마음에 큰 부담을 안기고 빚까지 짊어지게 한다. 결혼식이 즐겁기 보다 부담스러운 행사다.

눈치 때문에 간략하게 할 수도 없다.

젊은 신랑 신부들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생활을 개척하는 마음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건강이 있고, 젊음이 있으니 내 생활을 내 힘으로 세워나가자. 부모들의 돈을 내 돈처럼 귀히 여기고 그분들의 돈을 노후를 위해 쓰시도록 효도하자.

다른 문화의 장점들을 우리 문화에 이식하여 우리 문화를 더욱 더 아름답게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