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희
주황이도 힘이 빠졌습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꼼짝 하기 싫어졌습니다. 두 알 정도 밥을 먹은 것 같았지만 좋지 못한 몸으로 너무 많이 힘을 뺀 것 같습니다.

주황이는 지금까지 친구로 생각해 주지 않았던 금붕어들에게 왜 이렇게 정성을 다하는지 자신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뒤뚱이라고 놀리고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그래서 얼마나 외로워하며 지냈는데 그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같은 어항에서 살아가는 친구로 여겨졌습니다. 주황이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예쁜 마음이 친구를 구하라고 손짓했기 때문입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점박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맥없이 있다가 갑자기 점박이를 떠올린 것입니다. 방금 밥을 먹은 금붕어들은 잠이 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점박이가 없습니다. 천근이나 되는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점박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보통 때 보다 훨씬 넓어진 어항 같습니다. 한참 헤엄을 쳤는데도 조금밖에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수초를 헤집고 바위를 돌았습니다. 점박이가 보였습니다. 바위틈에서 숨을 할딱이고 있습니다.

“점박아!”

소리를 질렀는데 피라미 소리보다 작게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때는 살랑살랑 잘도 빠져나가던 바위틈인데 점박이는 꼭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꼼짝하지 못합니다.

“점박아, 힘내. 여기서 빠져나가자.”

주황이는 꽁무니 쪽에서 있는 힘을 다해 점박이를 밀었습니다. 점박이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점박아. 편한 곳으로 가자. 가서 밥을 먹어야지.”

다시 한 번 점박이를 세게 밀었습니다. 그래도 점박이는 가만히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다. 에잇.”

주황이는 뒤로 물러났다가 세차게 헤엄을 쳐서 점박이 꽁무니에 박치기를 했습니다. 점박이의 몸이 흔들리더니 틈을 빠져나갔습니다.

주황이의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하지만 점박이도 힘을 내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몽사몽인데도 한쪽으로 몰려가 물위에 떠 있는 밥알을 힘껏 물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지친 점박이에게 주었습니다. 점박이도 눈이 풀려 먹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점박아, 먹어야 돼. 먹지 않으면 기운을 차릴 수가 없어. 응.”

점박이는 먹지 않아도 편안해졌는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다른 금붕어들을 먹이느라고 정성을 쏟던 주황이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주황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금붕어들이 있었습니다. 조금 전 주황이가 아침밥을 먹여준 금붕어들도 있었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까막이도 있었습니다. 그곳은 넓은 바다였습니다. 이리저리 꼬리를 따라가는 장난도 치고 깔깔깔 웃기도 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물 위로 떠오르면 해님이 방긋 웃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해님은 고운 햇살을 바다 속까지 살며시 밀어 넣어줍니다. 금붕어들의 몸이 무지개 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까막이의 고운 피부는 맑은 까만 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성희씨 약력>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수필 ‘풍경’으로 등단(한맥문학)

2004년 동화 ‘친구’로 신인상 수상(오늘의 문학사)

한맥문학, 문학사상, 열린문학, 삶터문학 회원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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