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이제는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돈다. 사실 한국경제는 정유, 화학, 조선, 건설플랜트 등을 감안할 때 유가에 민감하다. 계속 유가가 상승하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즉 코스피가 2천500을 넘어섰고, 세계적으로도 주가지수가 탄력을 받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최근 유가 상승 배경부터 알아보자. 먼저 북미 셰일가스(shale gas)업자들의 생산성 정체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셰일가스는 수평적 발파 기술을 발전시켜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OPEC을 압박해왔다. 즉 한번 발파해서 여러 개의 유전을 타격할 수 있으면 그만큼 채굴 효율성은 증대된다. 그런데 그 기술이 한계인지, 아니면 그럴 수 있는 유전이 고갈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사실 벌써 셰일 진영의 채굴 생산성이 정체되는 것은 예상 밖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산유량은 생각보다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셰일업자들은 유전을 직접 구입하기보다 시설투자만 해서 땅 소유주와 나눠먹는 구조를 갖는다. 즉 고정비 부담이 낮아 비교적 쉽게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요즘 압력단체(Activist)들도 셰일업자들에게 “너희 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는데 더 이상 OPEC과 점유율 경쟁을 할 필요 있느냐? 괜히 비싸게 석유를 생산해 유가 반등을 방해하지 말고 투자를 줄여 배당이나 더하라. 그래서 주주들의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한다. 이런 가운데 협상력이 OPEC쪽으로 살짝 넘어오는 분위기고, 그 결과 OPEC의 감산 효과가 빛을 발했다. 그래서 유가가 반등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지속적 반등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먼저 OPEC국가들의 재정이 이미 바닥난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OPEC 국가들의 전통적 유전은 이미 투자가 끝나 곶감 빼먹듯 석유를 생산만하면 돈이 남는 구조이므로 유가상승시 OPEC국가들간의 산유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또 전기차의 보급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위축되는 부분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그 추세가 잡혔기 때문에 산유국들이 조바심을 낼 수도 있다.

만일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상승한다면 증시에는 재앙일 것이다. 비용상승 인플레로 인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돈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이 경기호전의 결과이므로 증시가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그런 곤란한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가 상승 배경이 구경제의 회복이라기 보다는 셰일 진영의 생산성 하락에 따른 반작용, 그리고 트럼프의 석유 및 석탄 밀어주기 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가지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철회 속도를 늦추려는 모습이고, 그 결과 증시는 더 탄력을 받았다. 옐런에 이어 미국 차기 연준의장으로 임명된 제롬 파웰도 비둘기파에 가깝다.

세계는 왜 그렇게 양적완화에 집착할까? 불균형 때문이다. 금융기관들 중에서도 일부 유럽 및 신흥시장 금융기관들은 취약해서 자금이 이탈할 경우 쓰러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금융기관들이 서로 얽혀 있어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또 구경제 관련 기업들이 취약하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아무리 일해도 노인 부자들의 자산 소득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재정지출까지 해야 한다. 즉 모든 경기부양정책이 총동원된 셈이다. 결국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고통이 너무 심하니 극약처방이 불가피하고, 이런 가운데 자산가격 거품은 당연하다. 이를 즐기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