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하였다.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은 그가 창당한 정당에서 제명 조치를 당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자유한국당의 징계 결정서가 구치소에 전달되었지만 그는 열어 보지도 않았다고 전한다. 자진 탈당도 기대되었으나 윤리위 결정에 강한 불만의 표시로 봐야할 것이다. 1997년 입당 후 당을 위기에서 구한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당적까지 박탈당하는 수모를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당에 의해 강제 출당 당하는 첫 대통령이 되었다.

정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았다. 그의 탄탄한 권력이 하루아침에 추락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의 강단 있는 단호한 말투, 뚜렷한 전달력, 상대를 제압하는 레이저 광선은 그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일조하였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야권중진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역시 박 후보를 직접 만나보니 그가 이 나라 대통령 감이라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신드롬`은 보수층의 지지를 확산시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자생적 친박 조직이 탄생하고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마저 `친박 연대`를 통해 `살아서 돌아` 왔다. 그러던 그도 탄핵으로 구속되고 영어(囹圄)의 몸으로 당의 제명조치까지 당하고 말았다. 누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정치무상이요 권력무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자유한국당의 당의 보수 개혁이라는 입장과 맞물려 있다. 류석춘 당 혁신 위원장은 이미 여러 달 전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없이는 당 개혁이 불가능함을 강조한 바 있다. 홍준표 대표도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당`이라는 이미지로는 내년 지방선거에 승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홍 대표는 김태흠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에서 표결 없이 출당 조치를 강행하였다. 박 전 대통령의 제명조치는 당의 내홍(內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친박 핵심으로 지목된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출당문제는 당원 107명의 3분의2 찬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전 대통령의 제명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여야 한다. 그것이 보수 정당 개혁의 전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이미 여러 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던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은 이를 무시하였다. 박 전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오직 소수 측근에 의한 독단적 통치방식만을 선호하였다. 집권 여당과 권력 핵심은 이러한 대통령의 부당한 리더십을 무조건 비호하기 바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친박을 감별하는 진(眞)박까지 등장하면서 총선의 패배를 자초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국정농단으로 이어지고 광화문의 촛불 민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그간 대통령의 리더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옹호한 세력은 대통령의 탄핵과 제명이라는 원죄를 탈피할 수 없다. 물론 당시 집권당의 비박세력도 그 책임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을 계기로 이제 보수 야당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은 가히 절대 권력화 하였다. 그는 로드 액톤 경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단순한 경구까지 무시하였다. 대통령의 구속 사태는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 뿐아니라 그를 탄생시킨 정당의 책임이 막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나 친박 패거리 정치인들은 당 개혁보다는 자기 권력의 유지와 보전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이 보수 정당 개혁의 한계이다. 자유한국당의 개혁은 전직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만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보수 정당 기득권층의 살신성인의 자세가 선행될 때 당 개혁은 출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