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교육부 홈페이지 상단 중간 배너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이 문구를 보고 필자는 피가 거꾸로 쏟는줄 알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은 야구 시구 연습하느라 교육부의 이런 황당한 거짓말을 체크할 시간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필자와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교육부 관계자들은 정말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교육부 홈페이지 메인에 올리는 것은 막았어야 했다. 꼭 홈페이지에 올려야 했다면 분명 다음과 같은 단서를 꼭 달아야 했다. “헌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대안학교 학생은 제외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국회는 물론, 교육부와 인권위원회까지 모든 중학생들이 대한민국의 헌법 안에서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泣訴)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꾀꼬리처럼 필요성은 알지만 기회를 보자는 말만 4년째 반복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어렵다면 제발 사회배려대상 학생들만이라도 법이 정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달렸다. 필자의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교육부는 황당한 말을 했다. “혹시나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사회배려대상 학생들만 모아서 학교를 개교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 정도의 검증 시스템도 갖추고 있지 못하는 곳이 바로 이 나라 교육부라고 생각하니 지금도 울화가 치민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취임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급격하게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해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사회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필자는 지난 주말 2018학년도 산자연중학교 입학 전형에 응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및 학부모 면접을 봤다. 전국에서 산자연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찾아오신 학부모들과의 면담 자리라 필자는 더 정중히 학부모들을 맞이했다. 배정학교를 마다하고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라 저마다 지원 사유가 분명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찾고 싶어 지원했다는 학생, 몽골에 가서 꼭 나무를 심고 싶어 지원했다는 학생, 다양한 특성화교과를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학생 등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기가 구체적이었다.

그 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서울에서 온 학생으로 제일 어려운 과목과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하였다. 그 학생은 “일반 학교에서는 수학을 진도에 맞춰 무지 빨리 배우잖아요. 저는 그게 싫어요. 저는 학교와 학원 진도가 아니라 제 스스로 수학을 천천히 공부하면서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지원동기를 말했다. 그 학생은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있었고, 나아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정확히 제시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지원목표가 다양한 것과는 달리 학부모들의 지원동기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 공통점을 대표하는 말은 “아이를 공부만 하는 괴물로는 절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이다.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이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면접을 마무리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 모든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놓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자가 꼭 하는 질문이 있다. “학교에 마지막으로 주실 말씀이 있습니까?” 그러면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분노에 찬 어조로 학부모들은 말한다. “중학교는 의무 교육 아닙니까. 의무 교육은 무상 교육 아닌가요. 우리 아이는 교육부 소속이 아닌가요? 우리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닙니까?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압니까?” 이에 대한 답을 이젠 대통령과 교육부가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