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인도의 델리에는 재작년 인도상공회의소(FICCI) 초대로 방문해 강연한 이후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됐다.

새벽 1시 공항에 도착한 후 공항밖으로 나오는 순간 매캐한 공기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인도는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나라이다. 역사 깊고, 두뇌가 좋고 잠재력이 큰 나라라는 평가와 국민성과 계급제도로 발전하기 힘든 나라라는 평가이다.

이번에는 세계적 논문관리 및 출판사인 엘즈비어(Elsevier)의 초청으로 델리에서 열리는 포럼에 강연자로 초청받았다.

그런데 비자를 내는데 요구하는 서류가 너무 많았다. 지금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비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심지어 미국도 한국에 `노비자` 정책을 쓰고 있는데 별로 내키지 않는 인도가 왜 그리 요구하는 서류가 많은지 이해가 안됐다.

행사에 앞서 인도의 명문인 인도공과대학(IIT)에 가 봤다. IIT의 명성을 알고 있어 기대를 가졌던 필자는 캠퍼스를 들어서면서 어리둥절해졌다.

낡은 건물이나 사무실, 교실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길가에 쌓여있는 모래더미나 건축자재들은 캠퍼스라기 보다는 공사장 같았다.

도서관을 둘러보니 60년대 한국의 대학교 수준으로 보였다. 포스텍에서 교환학생으로 간 제자인 학생과 만나보니 기숙사 시설도 낙후돼 지내기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처장실의 방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에어컨을 켜 달라고 했더니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불안한 전압과 전기사정을 볼 수 있었다.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인도는 인구가 10억이 넘는 나라이고, 미국 실리콘밸리 20%의 인재가 인도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두뇌가 좋고 IT기술도 뛰어나다고 한다. 물론 땅 덩어리가 한국의 30배가 넘고, 무한한 자원도 땅속에 묻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도에는 발전을 저해하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였다.

우선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도이다. 계급사회인데 그 전통과 폐해가 심해 인도의 발전을 막고 있다. 법적으로는 폐지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깊게 내리고 있다. 또한 인도 사람들의 국민성도 큰 문제로 보인다. 더운 기후 탓인지 인도 사람들은 항상 느긋하고 심하게 말하면 `게을러` 보인다.

대부분의 건축공사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기차는 연착하기 일쑤다. 두 세 시간은 기본이고 다섯 시간 연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제자 말로는 비자연장 신청하는데 관청을 7번 갔다고 했다. 행정의 비효율이 극치를 이룬다고 한다.

사실 인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딸 정도로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에 절대적 열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은 국가 경제, 조직력, 국민성 등을 척도하는 종합예술인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강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선전을 보여주고 있기에 인구 10억의 대국 인도의 열세는 현재의 문제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한국도 60년대엔 이런 모양새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인도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라는 네 나라를 미래의 희망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시스템이 올바로 작동되고 근면성이 배양된다면 인도는 엄청난 국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에 정말 해야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먼 나라라고 느낀다. 한국은 30~40년 전에 비해 엄청 발전했지만 인도의 경우로부터 많은 걸 느끼고 더욱 발전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