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미술계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실력은 물론이고 패기와 감각, 열정을 고루 갖춘 신진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들은 분명히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예총 경상북도연합회가 주최한 제5회 경북예술상 시상식에서 본상을 수상한 서양화가 김두호씨(67).

포항 미술계의 원로인 그의 이번 수상은 그 자신에게는 그간의 작품과 공로는 인정받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여타 원로미술인에게는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감각을 잃지 않고 뿜어내는 작품에 대한 열정, 젊은 작가들에게는 원로의 패기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어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특히 포항미술협회 창립회원으로 1993년 제7대 한국미협 포항지부장을 역임하면서 지역 미술인의 귀감이 되는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작품활동과 원로, 중진, 신진 작가들간의 단결과 화합도모를 통해 지역예술발전에 크게 공헌한 점이 인정을 받았다.

1937년 포항에서 태어난 김씨는 포항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교내 개교기념일 사생대회에서 당시 포항고등학교 교사였던 서창환 선생의 눈에 띄어 그림에 발을 딛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 있는지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 먹고 살기조차 어려운 때라 딱히 그림 한 장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그림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소질을 발견한 김씨는 당시 서라벌 예술대(현 중앙대학교)에 진학, 졸업 후 개인 학원을 운영하면서 평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그림을 좋아하는 만큼 학생들을 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어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한 일입니까” 그래서 그는 1971년, 포항 죽장중학교에서의 미술교사를 시작으로 73년부터 99년까지 포항 대동중·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냈다.

당시 학교 미술 시간에는 제대로 된 지도교사조차 하나도 없는 열악한 실정이었다.

때문에 김씨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하나둘씩 모아 방과 후 직접 개인지도를 하고 미술실을 개설하는 등 미술에 대한, 아이들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그 결과 김익선, 이상택씨 등 현재 포항 일선 학교에 재직중인 미술교사들은 물론이고 포항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미술작가들이 김씨의 지도를 거친 제자들이다.

“제 손으로 가르친 제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 뿌듯합니다, 그림작업과 후진양성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큰 행복이죠.”

99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김씨는 일요작가회라는 모임의 지도교사로 봉사하고 선린대 시각디자인과, 대백문화센터에 출강할 정도로 그림과 후진양성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다.

그는 작업의 대부분을 ‘자연풍경’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그의 손을 거치면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형상, 있는 그대로의 색이 아닌 또 다른 자연이 재탄생한다.

어느 한 풍경을 배경으로 작업한다고 치면 그는 실제의 구도에 또 다른 바위나 나무 등을 그려 넣고 색상도 푸른빛이나 보랏빛을 이용해 새로운 빛을 만들어 낸다.

그야말로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창조적인 자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만들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죠, 그래서 저는 그림을 통해 새로운 나 자신만의 자연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저의 그림과 똑같은 실제의 모습은 없어요, 이것이 바로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인에게 있어서 창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그는 올 가을, 경주시 천북면에 위치한 ‘곶뫼 갤러리’ 초청으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4년만의 개인전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앞으로는 작품 활동에 더욱 전념할 생각입니다, 이번 개인전도 그런 의미죠”

이제는 지역에서 원로작가이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과 열정, 감각은 누구 못지않은 김두호씨. 그의 노련미와 패기를 또 한번 기대해 본다.

/글 =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 사진 =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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