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철만 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정부예산에 대한 포퓰리즘(populism) 논쟁이다. 포퓰리즘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 사상 및 활동을 가리킨다. 어원을 따지면 인민이나 대중 또는 민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한다. 포퓰리즘의 기원은 19세기 후반에 러시아에서 농민 계몽을 통해 사회 변혁을 꾀한 `나로드니키(Narodniki) 운동`과 미국에서 인민당(People`s Party)을 중심으로 전개된 농민운동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나로드니키운동의 주장 및 방침을 지칭하는 `나로드니키주의`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 포퓰리즘이며, 인민당을 파퓰리스트당(Populist Party)이라고도 칭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포퓰리즘운동은 농민(대중)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농촌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는 대중 중심의 사회운동으로 볼 수 있다.

포퓰리즘은 대중에게 호소해서 다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그 자체에 명암이 함께 드리워져 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추진한 기아 퇴치 및 실용주의 노선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성공 사례다. 룰라 대통령은 월 소득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정책을 시행,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임기 동안 빈곤율을 10% 이상 떨어뜨리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대로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만을 좇는 대중영합주의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층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이 대표적 사례다. 페론은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수용하는 등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정책을 폈다가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으로 내놓은 429조원 국가예산이 `포퓰리즘`의 어두운 망령에 시달리지 않고 국민을 살찌우는 데 쓰여지길 바랄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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