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희
다음날 주황이는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벌써 여명이 거실 안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수초 속에서 빠져 나와 이리저리 움직여보았습니다. 몸이 찌뿌듯합니다. 다른 금붕어들은 아직도 곤한 잠에 빠져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좋은 아침이야, 일어나.”하고 깨우고 싶지만 반가워하지 않았던 어제의 일을 생각하고는 조용히 집을 살폈습니다. 나영이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조용합니다. 뽀글뽀글 물방울 올라가는 소리를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날은 점점 밝아옵니다. 아직도 한밤중 같습니다. 심심해서 뽀글거리는 물방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수초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바위 옆을 지나갔습니다. 알록이는 아직도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가장 아늑한 곳에서 자고 있는 세 금붕어 주위를 살그머니 돌아 물방울이 춤을 추는 곳으로 다시 오곤 했습니다.

드디어 아침 햇살이 거실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옵니다. ‘아뿔싸’ 어제 알록이와 말씨름을 한 금붕어 옆을 지나오다가 꼬리를 살짝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그 금붕어는 몸을 한 번 뒤척이더니 일어났습니다.

“뭐야, 달콤한 아침잠을 깨우는 놈이.”

“미안해, 실수였어.”

“실수? 실수면 다야? 아침부터 재수 없게.”

시끄러운 소리에 다른 금붕어들도 모두 일어났습니다.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무슨 일이야?”

눈이 까막이처럼 커다랗고 툭 튀어나온 금붕어가 물었습니다.

“응, 왕눈아. 얘가 아침부터 신경을 거슬리잖아.”

왕눈이 앞에서는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고분고분 말을 합니다.

주황색 바탕에 검은 점이 얼룩덜룩 찍혀 있는 금붕어도 거들었습니다.

“우리 집에 저 녀석들이 오니까 조용할 사이가 없네.”

우리가 푸덕푸덕 싸우는 소리에 일어났는지 나영이가 눈을 비비며 어항으로 왔습니다.

“잘 잤니? 예쁜 금붕어들아.”

세 금붕어들은 나영이의 눈빛을 쫓아 입을 뻐끔거리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응, 잘 잤어. 밥 줘. 뻐끔뻐끔.”

“배고프다고? 알았어. 오늘은 새 친구들도 왔으니까 밥을 많이 줄게.”

나영이는 천장에 나있는 500원 짜리 동전만 한 구멍으로 밥을 듬뿍 넣어주었습니다. 주황이와 알록이도 빨리 쫓아가서 맛있는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수족관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달콤한 밥이었습니다.

나영이 엄마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더니 심부름시킬 일이 생겼나 봅니다.

“나영아, 이리 와 보렴.”

“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영이가 큰 소리로 대답하며 달려갔습니다.

그 때부터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야, 뚱보. 너는 그만 먹어. 오늘따라 밥이 너무 맛있네.”

빨간 옷에 검은 점이 있는 금붕어가 주황이를 밀치며 바로 앞에 있는 하트 모양의 밥을 날름 삼켜버립니다.

알록이도 왕눈이라는 금붕어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금붕어에게 밀려 밥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많던 밥이 순식간에 없어졌습니다. 금붕어들이 들락날락 하는 수족관에서도 가끔씩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렇게 속이 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기를 쓰고 자기 밥을 찾아먹었습니다.

<장성희씨 약력>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수필 ‘풍경’으로 등단(한맥문학)

2004년 동화 ‘친구’로 신인상 수상(오늘의 문학사)

한맥문학, 문학사상, 열린문학, 삶터문학 회원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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