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겪는 `마음감기` 계절성 우울증

40대 직장인 장영수 씨는 매년 이맘때면 `가을남자`가 된다. 말수가 줄고 뭘 해도 큰 재미를 못 느낀다. 도통 집중이 되질 않아 평소 업무능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밤새 잠을 설쳐 낮 동안엔 멍하고 졸리기만 하다. 계절 타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다.

장씨는 “벌써 몇 해째 겪다 보니 시간 지나면 기분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올해는 유독 더 힘든 것 같다”며 “처음엔 무기력한 정도였는데 점점 우울함이 깊어지고 심지어 삶에 대한 의지마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다. 왜 이렇게 울적하고 축축 처지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계절 탄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이다.

누구나 가을이 되면 기분이 다소 처질 수 있지만 모두 우울증이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적어도 2주 이상 거의 하루 종일 증상이 있을 때 우울증이라 한다.

여기서 증상이란 반드시 우울한 기분만 말하는 게 아니다. 활동에 흥미나 즐거움을 잃고 무기력함이 지속되는 질병으로 장씨처럼 집중력이나 기억력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통증, 불면증, 식욕장애, 소화불량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 변화 때문이다. `행복물질`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햇볕을 받아야 분비가 왕성해진다. 가을이 돼 일조량이 떨어지면 세로토닌 합성이 줄어들어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일조량은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밤이 되면 우리 몸은 세로토닌을 이용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합성한다. 체내 저장된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멜라토닌 합성도 줄어들어 불면증을 겪는다.

햇볕을 많이 쬐면 우울감도 나아진다.

심각한 우울증이 아니라면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주 3회 이상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하루 30분 이상 산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계절성 우울증 예방법이다.

문제는 예방이 안 됐을 때다. 치료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병이 우울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5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3억명(2015년 기준)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2005년) 보다 18% 늘어난 수치다.

특히 우울증 유병율은 도시 거주자(1.2%)보다 농촌 거주자(1.9%)가 다소 높고, 기혼(1.0%)보다 미혼(2.3%) 또는 이혼·별거·사별(3.1%)인 경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우울하다고 느낄 때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 이야기하기 △전문가의 도움 구하기 △가족·친구와 지속적인 관계·연락 유지하기 △규칙적인 운동 △즐거운 활동 실천하기 등을 제안했다.

우울증이 의심되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한 유선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법이 많이 개발돼 있어 빨리 발견해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면 호전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은 “신체적인 질병을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중병이 되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도 치료하지 않으면 자해, 자살시도 등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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