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희
나영이 집 어항은 수족관보다 훨씬 좁았지만 물은 나영이 눈처럼 맑았습니다.

“안녕? 나 주황이야.”

주황이는 먼저 와서 살고 있는 금붕어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 금붕어들은 ‘별꼴이야.’ 하는 표정으로 대답도 안하고 보고 있는 것을 주황이는 알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바윗돌이 세 개, 예쁜 꽃이 핀 수초, 희한하게 생긴 조개껍데기도 있었습니다. 작은 물레방아도 뽀글뽀글 올라오는 공기주머니를 따라 돌고 있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주황이는 뚱뚱한 몸을 뒤뚱뒤뚱 흔들며 나영이가 꾸며놓은 예쁜 집을 돌아다녔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만큼 행복한 금붕어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까막이는 까맣게 잊은 것 같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나영이가 인사를 했습니다.

“잘 자. 새로 온 친구들도 좋은 꿈 꿔.”

세 금붕어는 금방 자기들의 잠자리에 가서 잠을 청합니다. 가장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장소 같습니다. 물레방아와 떨어진 곳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침실이었습니다. 주황이와 알록이는 그들 옆에 살며시 가서 잠을 청하려고 했습니다.

“저리 비켜. 여긴 우리 자리야.”

낮에부터 곱지 못한 눈길을 보내던 눈초리가 살짝 올라간 금붕어가 말했습니다. 알록이의 등지느러미처럼 온 몸에 알록달록한 무늬를 넣은 예쁜 옷을 입고 있는 금붕어였습니다.

“왜 그래 자리가 넉넉한데.”

알록이가 뾰로통해서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습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자서 다른 금붕어가 있으면 잠을 못 자. 딴 곳에 가서 자.

“피, 언제는 친구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 놓고는.”

알록이는 나영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그렇게 따졌습니다.

“야, 니들 같은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니? 온갖 폼 다 재는 너도 마음에 안 들고 뒤뚱이 너는 더 해. 어째 이런 애들을 데려 왔을까?”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있는 금붕어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꼭 예쁜 치마 입은 남자아이 같습니다.

주황이는 충격이었습니다. 엄연히 주황이라고 이름을 밝혔는데도 약점을 잡아서 뒤뚱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새 집에 이사를 와서 너무 기뻤는데 친구들이 반기지 않는 것을 그 날 밤에 바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알록이는 풀이 죽어 바위틈으로 가서 잠을 청했고, 주황이도 밀려나와서 수초 사이에 옹크리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분해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너무 피곤했는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장성희씨 약력>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수필 ‘풍경’으로 등단(한맥문학)

2004년 동화 ‘친구’로 신인상 수상(오늘의 문학사)

한맥문학, 문학사상, 열린문학, 삶터문학 회원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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