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방송장악` 신경전

▲ 김광림(오른쪽) 정책위원장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검정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노트북 덮개에 메시지를 부착한 채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국감보이콧을 철회하고 복귀를 결정함에 따라 여야가 국감 막바지에 치열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30일 오전 의총에서 국감 재개를 결정하고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공영방송이 사망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로 국감장에 복귀했다.

자유한국당의 국감 복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진앙지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은 여야 신경전으로 순탄치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20분 국감 재개 직후부터 여야가 그간의 보이콧을 둘러싼 날선 공방을 벌이느라 30분 가까이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질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방송장악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신(상진) 위원장을 포함해 자리를 비웠었다. 저희에게 일언반구 통보도 없었다”며 “위원장이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고 나가고 싶을 때 정회하고 나가고, 과방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복귀한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반발했다. 이들은 노트북 앞면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고 적힌 문구를 부착한 채 국감에 임했다.

특히 한국당은 자신들이 국감 보이콧으로 불참했던 지난 27일 국감 때, 여당 의원들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에게 한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방문진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꼭두각시 인형으로 연출되는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연출과 기획은 현 정권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김정재(포항북) 의원도 “지난 금요일 신 의원은 고 이사장에게 `어디에다 대고 항의하느냐`,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 등 부적절한 발언을 많이 했다”면서 “이는 국회의원의 갑질이다. 기관증인이 나왔으면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 동네 싸움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도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외통위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해 “왜 검은색 넥타이를 메고 왔는지 아느냐”고 물은 뒤 “우리 당에서 여당이 언론 장악하려고 하는 행동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해도 되느냐고 해서 메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도 “(정부가) 정당한 절차 안 지키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항의표시”라면서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한국당은) 집권당시에 공영방송을 완전히 장악해서 방송을 통제하고 언론 자유지수를 32단계나 하락시켰다”면서 “한국당은 방송장악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집권 당시의 방송장악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히 맞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총회로 인해 개최가 1시간 지연된 기재위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한국당 기재위원들이 `민주주의 유린·방송장악 저지`라고 쓰인 종이를 노트북에 부착한 것을 가리키며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이 철저히 하수인화하고 종속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국감 파행에 대해 이유를 떠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김현미 전 기재위원이 상임위에서 (손팻말을 부착한) 전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