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0년 만에 분기 실적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지역 자동차부품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는 등 지역 경제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기아차의 분기 실적 영업적자는 지난 8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하면서 손실 예상비용을 충당금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패소가 최종 확정될 경우에 대비 소급지급 할 급여 등 약 1조원을 손실 예상비용으로 반영해 3분기(7~9월) 장부상 적자가 4천억원이 넘었다. 기아차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1.1%가 늘었으나 통상임금 지급분 반영으로 200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이달 초부터 기아차의 단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예상을 한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보다 빨리 닥쳐온 단가인하 압력으로 관련업계는 힘들어하고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패소로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단가 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벌써부터 납품단가를 5%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내년 시행에 들어갈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격인하 압력은 과거에도 완성차업체의 경영압박 요인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용돼 왔으나 올해의 경우 통상임금이란 돌발변수가 생겨 일어난 일로서 중소 하청업체에겐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크다. 또 이런 단가 인하 압력은 통상 1차 협력업체가 2,3차 협력업체로 떠넘기는 관행으로 이어져 지역의 영세업체들이 받을 충격은 심각할 전망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자동차 부품산업은 지역의 경제적 비중이 높아 지역경기에도 나쁜 영향이 미칠것이 확실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대구경북지역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생산량은 8월말 현재 작년 동기간보다 1.2%가 줄어들었다. 타 지역과의 경쟁력 심화, 생산기지 이전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가 본격화되면 지역의 부품산업은 설상가상의 형국에 놓일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로 이 문제가 해결될 일은 아니다. 영세 하청업체의 살길도 함께 고려하는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할 일이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안정적 노사관계 유지를 위한 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제 인상을 앞둔 지금이 그런 적기이다.

현재 완성차 업체 근로자들은 1심 판결이 확정되면 평균 연봉 1억원이 훌쩍 넘게 된다. 반면에 영세 하청업체 근로자는 더 취약한 임금구조에 놓여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사태로 벌어진 작금의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보아 승자도 패자도 없을 것이다. 부품업체의 긴박한 상황을 인식한 정부당국의 지혜 있는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