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한편에서는 이를 보며 흥분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범죄나 사기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탄생 배경은 핀테크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저성장 국면에서 이제는 정부의 규제에서 탈피하여 민간중심의 새로운 창조경제 질서를 만들자는 르네상스라는 것이다.

ICO(Initial Public Offering)이라는 도구가 등장했다. “좋은 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거래소의 허가를 기다릴 필요 없이 투자자에게 자유롭게 보이고 직접 민간화폐(coin)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자. 기존 경제에서의 투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돌려 드리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런 기회를 분산 투자하면 투자한 것 가운데 몇 개 망해도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근거 없이 오른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달러가치는 어떤가? 5달러를 주고 햄버거 하나를 살 때 종이 다섯 장이 햄버거 가치와 같은가? 그냥 그렇게 약속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달러도 금으로 보증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리만사태 이후 세계적인 통화의 남발이 가상화폐를 유발하는 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은 그 활용도가 장차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물론 매물부담이 없어 탄력 있게 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정리해 보면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배경은 먼저 그 거래량의 증가에 있다. 젊은이들이 쓰는 `속어`도 그 시대 사람들이 많이 쓰다 보면 표준어가 되는 것처럼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많아져서 경제의 의미 있는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 비트코인의 거래량을 늘리는 주된 이유는 자산 은닉의 수요 증가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여러 블록에 거래 데이터를 나눠 저장하므로 거래주체를 숨길 수 있다. 실질금리가 하락하다 보니 저축해서 이자 몇 푼 받는 것보다 세금의 표적에서 벗어나려는 부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해커(hacker)들이 기업들에게 해킹하겠다고 위협을 한 후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들의 정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을 올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화폐 분할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때 한 블록에 1초당 3건의 거래를 저장할 수 있다. 반면 비자(Visa) 카드의 경우 1초당 수천개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거래속도가 늦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화폐 분할을 하는 것이다. 마치 주식분할이나 무상증자처럼 새로운 화폐를 받는 것인데 권리락은커녕 화폐의 가치가 오르다 보니 투자자들이 반긴다.

금융기관들도 비트코인의 거래 시스템인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전자결제가 훨씬 빠르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거래가 늘고 있는 지금 금융기관의 최대 고민은 해킹인데 거래 정보를 여러 블록에 나눠 저장하므로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르네상스가 어려움 속에 꽃을 피운 것처럼 비트코인을 각국 정부가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제도권의 규제 중심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창조경제를 위한 민간화폐의 탄생은 자연발생적이고 불가피하다. 그렇게 살아남은 화폐가 비트코인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한편, 민간화폐 거래 시스템이 증가할수록 그 인프라에 소요되는 반도체 수요는 강해질 것이다. 또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해 그 채굴 수요가 늘어나도 더 높은 연산능력이 요구되는 바,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결국 반도체는 중국 등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는 한 수요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