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손돈호씨
“다시 태어나면 뭘 하겠느냐고요? 당연히 그림 그리는 일입니다, 그림은 제 인생의 전부이면서 천직이니까요”

사람이 태어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인정받으며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런점에서 서양화가 손돈호(46)씨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평생 그림과 함께 생활하면서 전국을 무대로 꾸준한 노력과 활발한 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에 대한 끼와 재능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는 일이 마냥 좋았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림과 떨어져 본 일이 없으니까요.”

경주 천북의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어느 날, 누나의 권유로 교내 백일장에 참여를 하게 됐다. 그는 나무 그늘 아래서 한 마리의 소가 꼬리를 치켜올린 채 풀을 뜯어먹는 모습. 그 그림으로 고학년생들을 제치고 그는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소가 풀을 뜯어먹을 때 꼬리를 치켜세운다는 예리한 관찰력과 원근감, 입체감이 교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후 고등학교 때까지 그림 하나만으로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1980년, 그는 대학에서 이론과 함께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 졸업후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1년에 2000호 이상 그림 작업을 한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해도 그림은 게을리 하면 감각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꾸준히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2001년 위덕대학교에 교수로 첫 부임하면서 분주했던 그해를 제외하고는 지금껏 그 약속을 저버린 일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타고난 재능과 끈기를 바탕으로 각종 미술대전에서 상을 차지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1987년 경상북도 미술대전 특상을 시작으로 이듬해 동상, 1990년 목우회 공모전에 참가 입선, 이듬해 특선, 97년에는 대상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경상남·북도 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대한미국미술대전 등 각종 미술대전에 참가해 차지한 입·특선만 해도 지금까지 50여회에 이른다.

또 그는 호랑이 엉덩이 한편에 치우친 지역의 작가로는 드물게 활동무대를 전국으로 넓히고 이제는 조금씩 해외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첫 개인전을 서울에서 가졌고 지금까지 열 번의 개인전 중 서울과 경기도에서만 치른 개인전도 5회.

이 중 서울 갤러리 도올전, 예술의 전당 미술관 SEAF전, 경기도 광주 필 갤러리전 등은 모두 개인 초대전이다.

특히 2002년에는 9번째 개인전을 일본 오사카 부립 현대미술센터에서 가졌다. 또 오는 9월에는 프랑스 미술의 거리 샹제리제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제가 활동 무대를 넓히는 것은 우선 나 자신을 위한 일이겠지만 지역의 재능있는 작가들이 보다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하죠.”

지난 2000년 열린 아름다운 우리강산전, 2001년 중·남부 7개 도시 교류전 등의 전시전에서 포항의 현상회 등 지역 작가들이 광주 대전 전주 목포 등 타 지역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지역의 많은 작가들이 서울같은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일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람입니다.”

평생을 그림 하나만 알고 작업해온 작가 손돈호, 그 자신의 발전 뿐 아니라 지역작가들의 발전에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승희기자 shchoi@kb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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