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세대 `5060 베이비부머`
10·24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길 막히며 노후플랜 타격
60대이상 임대사업자 69만명
고령화시대 노인문제로 대두
정부 차원 대책 필요성 제기

지역 철강공단에서 30년간 일해 온 직장인 김모(57)씨는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근심이 늘었다. 앞으로 먹고살 걱정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직 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직접 들어가 살면서 나머지 가구는 전·월세로 임대할 계획이었다. 특별히 할 줄 아는 게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라 임대수익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려던 `부푼 꿈`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물거품`이 됐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4~5억원에 살 수 있었던 다가구주택을 이제는 최소 7억원이 있어야 한다”며 “부동산에 의지하려던 노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막막하기만 하다. 무작정 장사에 뛰어들기도, 뒤늦게 기술을 배우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투자 수익 중심으로 노후 계획을 짜놓은 은퇴세대가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다주택자 추가대출을 억제하고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책정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수익에 의존한 노후플랜에 차질이 생겼다.

부동산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를 겨냥한 10·24 대책에는 50세 이상 장·노년층과 부동산임대업 대출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내년 1월 도입하는 신(新) DTI(총부채 상환비율)를 통해 대출심사 때 대출자의 장래소득을 반영한다. 미래소득을 증빙하기 어려운 퇴직자나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은 대출금이 줄어들 수 있단 얘기다.

대출 축소는 부동산을 활용한 노후 생활비 감소를 의미한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장·노년층은 소형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챙긴 월세 수입으로 노후 생활을 이어왔다. 최근 2~3년간 사상최저 수준 금리까지 맞물리면서 이들은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2015년말 기준 부동산임대업 사업자는 145만2천명으로 지난 2006년 88만2천명에서 6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소매업자 증가율(22.8%)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임대업자 증가세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쓴 2014년을 기점으로 가팔라졌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임대사업자 수는 2015년 60만여명에서 올해 69만여명으로 급증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법은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50대 후반 은퇴세대 사이에서 흔히 알려진 노후플랜이다.

예컨대 그동안에는 퇴직금 등 종자돈 3억원에 주택담보대출 3억원(금리 연 3%)을 보태면 임대업으로 한달 16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 분양형 상가에 투자하면 월 170만원 수익도 가능하다. 하지만 10·24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 사실상 은행 대출이 막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큰손`인 은퇴세대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주택거래도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은 모아둔 재산과 퇴직금을 활용해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형 자영업자로 대거 전환했지만 앞으론 대출을 낀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퇴세대의 돈줄이 막히면 임대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 투자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항시 북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추가대출금액이 현격히 줄어드는 데다 은퇴자의 경우 소득이 거의 없거나 낮아 대출한도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신 DTI와 DSR 도입으로 다가구주택을 주로 매입하는 중장년층의 대출이 더 어려워지면 부동산 시장의 거래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플랜B 마련이 절박해진 시점이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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