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탈(脫)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정부의 새 에너지정책이 시동도 걸기 전에 휘청거리고 있는 철강업계는 차후 전기요금 인상이 가시화되면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기료 급등이 철강산업의 몰락을 불러오지 않도록 각별하고도 신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결국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은 상식이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2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여부 질문에 “정부에서도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인상요인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시인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철강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체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게 되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보다 전기요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기현상마저 우려된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1조1천605억원 납부했다.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조4천641억원이었다. 불과 3천36억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물건을 팔아 남긴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전기료로 내고 마는 셈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당진, 인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천500억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했다.

동국제강은 이미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영업이익은 고작 1천694억 원에 그치고도 전기요금으로 2천420억원을 납부해 전기료만 갖고도 726억 원의 적자를 냈다. 고로를 갖고 있는 포스코는 그나마 타격이 덜하다. 포스코는 지난 2015년 기준 8천267억원의 전기료를 납부한 반면 영업이익은 2조4천100억원에 달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추진 등으로 산업용 전기료는 2018년 113.6원/㎾h, 2019년에는 119.25원/㎾h, 2020년 122.86원/㎾h, 2024년부터는 134.62원/㎾h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기료가 대폭 오르면 제품생산을 위한 고정비 압박에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 폭락사태를 모면키 어렵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절박한 하소연이다. 전기료의 급격한 인상이 나쁜 영향을 끼쳐 국내 철강산업의 소멸을 재촉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충분히 주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추진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은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