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목적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 곧 인간의 행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나라엔 정치가 없음이 확실하다. 국민들이 정치 때문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행복을 빼앗아 가는 것이 정치이니 탈(脫)원전보다 이 나라에 더 필요한 것은 탈(脫)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만 있고 현재와 미래는 없는 대한민국 정치는 정치(政治)가 아니라 정치(情癡)이다. 정치(情癡)의 뜻을 사전에서는 “색정에 빠져서 이성을 잃음.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기에 정치 관련 이야기만 들으면 두통이 도진다.

정치 두통에 시달린 지 오래인 필자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맑은 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필자를 정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게 도와준 것은 제48회 전국교육자료전이다.

전국교육자료전은 우수한 교육 자료를 교육현장에 소개하고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유발하며, 교육방법 개선과 교육자료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970년도부터 개최하고 있는 대회다. 대회 주제는 `연구하는 선생님, 배움이 있는 수업, 생동하는 교실`이다. 대회 분야는 국어 교과에서부터 인성교육·창의적 체험활동까지 총 13개다. 가을보다 더 찬란한 자료들이 전시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필자는 잠시 어지러운 세상을 잊을 수 있었다.

전국교육자료전은 지역 교육청 대회에서 1등급을 받은 교육 자료를 대상으로 경쟁을 펼치는 대회다. 필자는 이번에 인성교육 분야에서 경북 1등급을 받아 전국 대회에 나갔다. 필자의 팀이 개발한 자료는`인코봇`이다. `인코봇`은 `인성 코딩 로봇`의 약자이다. 인코봇은 인성 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 즉 코딩 교육을 융합한 자료다.

“선생님, 왜 눈물이 나려고 하죠!” 심사를 받기 위해 필자의 팀이 개발한 교육 자료를 전시하면서 팀원 중 한 분이신 정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동안의 고생을 너무도 잘 알기에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전국 대회가 열린 한국교원대학교 체육관에는 정보 선생님과 같은 분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엄숙하기까지 했다. 선생님들의 비장한 모습은 오만과 편견으로 국민들의 행복을 짓밟는 국회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역 대회를 거쳐서 올라온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출품된 자료들은 하나 같이 필자의 심장을 뛰게 했다. 출품된 자료 중에서는 특허까지 받은 자료도 있었다.

선생님들의 열정과 의지는 화려한 가을 잔치를 하고 있는 낙엽보다 분명 더 찬란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모든 자료들이 대회와 상을 위해 준비된 자료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최고상을 받기 위한 선생님들의 기 싸움도 대단했다. 심사가 끝나고 분야별 최고상을 알리는 번호판이 붙을 때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물론 필자도 그 무리 속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가히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최고상을 받은 작품을 앞에 두고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모습은 마치 상에 굶주린 맹수들 같았다. 그 말들 중에는 격려와 축하의 말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하는 부러움의 비난이었다.

거기서 또다시 깨달은 것은 세상일은 모든 것이 자기대로 해석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객관적인 평가와 판결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안학교 프로그램이 일반 학교에 얼마나 일반화가 가능할까요?”라는 심사위원의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순간 아직 우리 사회에서 대안학교는 `외딴 섬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교육 관료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고정관념으로 무장한 이 나라에 교육에서 편견 없는 평등 교육이 가능한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