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여의도는 지금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국감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온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는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요?” 라고 내뱉었다. 국회의원들에게 대들지 못하는 일반적 분위기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꽤 충격적이었다. 국회의원이 무슨 큰 벼슬이나 되는 것처럼 고자세로 고성을 지르고 어거지 주장을 펼치고 청문회나 국감에 나선 증인이나 공무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의원들은 이 교수가 `최저임금`과 관련해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발표하자 언성을 높이며 질타했다. 상대가 교수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는 점잖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들이 참고인을 불러놓고 `갑질`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 “이렇게 급격하고 과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며 “자영업자나 영세업자의 준비기간도 없이 획일적으로 인상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성 없이 임금을 많이 올리면 결국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과격한 인상보다는 적절한 최저임금 산출을 주장했다. 이에 일부 여당의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데 왜 한쪽 의견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느냐”고 비판했고 “교수님이 자녀에게 용돈을 얼마나 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임금 표를 보라”고 질타했다. 이런 점입가경의 상황에서 문제가 터졌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이 이 교수의 발언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감정적인 표현과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의원들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하면서 이 교수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자영업자나 영세업자가 준비할 기간도 없이 획일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 “의견이 다른 것 때문에 왜 모욕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이 교수는 “제가 내일모레면 60이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에게 태도, 표정을 코치 받을 나이인가.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라며 항의를 하였다.

이 발언은 SNS 상에서 급히 퍼졌고, 평소 국회의원들의 태도에 불만이 있던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속 시원한 발언이다”라는 지지를 받았다.

이병태 교수는 필자와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로서 평소 잘 알고 지내고 있는데, 산업공학과 출신 교수로는 드물게 경제, 경영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생각은 항상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고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학자로 과감하고 용기있는 발언을 하기도 하기에 그의 논리에 비교적 필자는 동감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요?”로 항의한 대목이 필자의 주목을 크게 끌었다.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상대에 대한 모욕적인 자세를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서 대답을 하는 공무원이나 참고인들의 자세를 훈육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미국 국회청문회나 국감을 한번 가서 견학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정연하게 논리를 펼치고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청문회나 국감을 진행하는가 보게 될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

진정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겸손하고 확고한 지식을 통한 정치와 소견을 펼칠 때 국회에서 쓸데없이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훨씬 존경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