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위험 더 커져
초기에 검사 신중하게”
전문가들 감염병 위험 지적

#사례. 반려견 스피츠에게 왼쪽 엄지손가락을 물린 50대 여성 A씨는 상처가 생겨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가벼운 압통을 느꼈지만 찢어진 피부 길이는 0.5㎝ 정도였고 파상풍 백신을 맞은 상태라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x-선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 상처 소독과 항생제 처방을 받고 퇴원했다.

나흘이 지나 다시 병원을 찾은 A씨의 상태는 종전과 달랐다. 왼쪽 엄지손가락이 눈에 띄게 부풀어 있었고 홍반과 압통, 관절 결림 등을 호소했다. 급성 세균 감염증인 `봉와직염`을 진단 받았다. 입원 후 일주일간 정맥주사 방식의 항생제 치료를 받고서야 염증 증상이 나아졌다. 일주일치 항생제 처방을 받아 다시 퇴원했다.

A씨가 또다시 상처 부위의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을 때 상황은 심각했다. x-선 검사 결과 왼쪽 엄지손가락 끝 부분에서 골 감소증이 확인됐다. 첫 상처가 생긴지 4주 만이었다.

의료진은 뼈 스캔과 MRI 검사를 병행한 끝에 `급성 혈행성 골수염` 진단을 내리고 환자를 재입원시킨 뒤 5주간에 걸쳐 항생제 치료를 했다.

A씨는 증상이 호전돼 퇴원한 후에도 7주 정도 병원을 오가며 진료받았다. 결국 총 치료 기간 12주가 지나서야 골수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유명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반려견 관리는 물론 개 물림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작은 개일지라도 물리면 합병증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4일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탁관철 교수팀이 대한성형외과학회지 7월호에 투고한 논문에 따르면 반려견 크기에 상관없이 개에게 물렸다가 골수염과 같은 감염병으로 악화돼 치료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말티즈에게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물려 응급실을 찾은 B씨(34)는 당시 응급실에서 골절을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손가락 끝 마디뼈 상처 부위를 1차 봉합한 후 퇴원 조치를 내렸다. 3일 후 B씨는 오른쪽 엄지손가락 피부가 괴사했다면서 병원을 다시 찾았다. 상처는 더욱 악화돼 부상 10일째 결국 괴사조직제거술과 개방골절술을 받았다. 치료와는 상관없이 부상 3주 후에는 뼈 스캔과 MRI검사에서 주변 뼈가 서서히 파괴되는 골용해와 골수염 증상까지 관찰됐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움직이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태로 회복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은 논문을 통해 “골수염은 주로 고양이에게 물린 후 나타나는 합병증이지만 개에 물려 생긴 골수염은 고양이의 경우보다 치료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개에 물린 상처로 골수염이 발병했다면 광범위한 병리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에 물린 합병증으로 골수염이 의심된다면 우선 X-선 검사와 MRI 검사를 해야 한다. 초기 검사에서 병원균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의사는 반드시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골수염은 약 2주간의 잠복기 후 증상이 나타난다. 상처 부위에 대한 세균 배양 검사에서도 절반가량만 병원균이 나타나기 때문에 골수염 진단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급성 혈행성 골수염은 미세혈관이나 신경, 세포들이 들어 있는 골수에 각종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치료가 오래 걸리고 후유증이 심각해 제대로 진단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진은 “개 물림 사고를 당한 환자를 다수 치료한 경험에 비춰볼 때 개한테 물린 상처는 절대로 상처를 꿰매지 말아야 한다”며 “상처 부위가 크거나 미용상의 문제로 꿰매야 할 경우 최대한 느슨하게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에 물리는 과정에서 입속에 있던 세균이 상처 부위를 통해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상처를 먼저 꿰매버리면 세균이 고름 등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인체 내부에 퍼져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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