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음서제는 문벌 귀족들에게 주어진 특권 제도다. 5품 이상 관리의 자식은 과거시험 없이 관리가 될 수 있게끔 특채의 기회를 제공해 준 공인된 제도다. 고려시대는 통일신라가 무너지고 호족세력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된다. 호족세력의 등장은 귀족중심의 문벌체제가 강화되는 전기가 된다.

부모의 음덕으로 자식이 득을 보는 음서제는 대표적인 귀족 우대정책이다. 당시 나라는 이들 문벌귀족들에게 공음전(功陰田)이라는 토지를 하사했다. 이것 또한 자식들에게 세속을 허용한다. 부와 권력의 세습은 불공정 사회를 만들고 민심을 떠나게 한다. 백성을 섬기는 목민의 정치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신분제로서 악명이 높다. 타고날 때 자신의 신분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운명을 결정한다. 사회신분의 세습이다. 지금은 폐지되었으나 인도는 신분제 악습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제도의 선진화가 이래서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 국감에서 드러난 강원랜드의 채용 비리는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후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끄러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500명이 넘는 신입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청탁의 방법으로 채용돼 왔는데도 우리 사회의 감시가 없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강원랜드는 1998년 폐광지역 경제 회생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설립한 회사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포함, 호텔, 스키장, 리조트 등을 운영하는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작년기준으로 매출 규모가 1조6천900억원 정도이며, 영업이익이 6천억원을 넘는다.

특히 내국인을 상대로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돈 잘 버는 공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직원들의 복지도 우수해 젊은 사람들의 로망이 되는 직장이다. 강원랜드의 직원채용 비리는 취업절벽에 허덕이는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일벌백계의 수사가 필요하다. 일반기업도 아닌 공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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