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현

등사기와 담배꽁초와 소주잔 틈에서

사랑하는 친구들이 잠들어 있다

멱살 움켜잡던 시퍼런 분노도

소주잔에 쓰러지던 서러운 눈물도

개나리 고개 달밤도 지나고

우리는 간다. 가슴 깊이 출정가 부르며

돌아오지 않으리 결코

봄과 함께 아니라면 결코

사랑하는 여자여, 기다리지 말라

돌아오지 않으리

결코 결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시대의 치열한 투쟁의식이 전편에 깔린 작품이다. 출정가를 부르며 투쟁의 현장으로 나서던 시인의 비장한 결의를 읽는다. 봄과 함께 아니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표현에서 보듯이 자신의 한 생을 시대의 변혁과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바치겠다는 강단진 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