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교육처럼 중요한 활동도 없다. 건강이 중요하고 따라서 의술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겠지만 교육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은 더욱 지대하다. 육체 건강을 주로 다루는 의술에 비하면 교육은 인간의 정신, 감정, 인생관, 철학관, 인성 등 전인(全人)을 다룬다. 교육 철학자 존 듀이는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고, 삶 자체다”고 말했다. 주로 개인의 복지를 다루는 의술에 비하면 교육은 과거와 현 사회의 산물인 동시에 그 사회의 미래를 움직인다는 면에서 그 영향력의 폭이 넓고 중요성이 막중하다. 넬슨 만델라는 “교육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라고 했다. 인간의 신체는 인종적으로, 시대적으로 보편성을 지니므로 의술의 도입이 가능한, 다분히 기술적인 분야다. 반면 교육은 다양한 개인의 재능, 개성, 관심사, 장래 목표들을 다뤄야 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재능, 관심사, 가치관에 적합한 분야를 자유롭게 추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육은 다양한 사회 환경과 목적에 맞추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과학, 공학,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사용돼야 한다. 이처럼 교육은 개인이 자신의 특성을 최대화 하고 동시에 사회질서와 발전에 공헌하도록 지도하고 훈련하는 역사적, 사회적 사명을 수행한다.

그런데 한국 현 교육은 간단하다. 목표는 하나다. 명문대학에 가려고 목숨을 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운동도 사회생활도 인성교육도 없이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해 인생의 첫 18년을 보낸다. 모든 생활이 직접, 간접으로 대학입시를 위한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대졸 실직자 비율도 따라서 높다.

왜 너도나도 대학을 가려 하는가? 대졸이 아니면 시집도 장가도 가기 쉽지 않은 사회문화 관습 때문이다. 대졸이 아니면 `갑을` 사회에서 `을`로 평생 머물 가능성이 높은 사회문화 때문이다.

그러면 왜 명문 대학 입학에 목을 매는가? 너도 나도 대학에 가니 명문 대학을 졸업해야 명문 직장에 들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명문 직장에 들어가야 `갑`에 속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초대 이사장 고(故) 박태준은 발전을 가로막는 한국 전통과 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소들이 대부분 조선시대에 뿌리내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양반들이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논리에 따라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양민들을 경멸하고 쓸데없는 허례허식에 힘을 쏟은 결과 나라의 생산활동, 무역활동이 위축됐던 것입니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자신의 일에 비하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일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생산직 근로자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직업적 자부심을 북돋워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명문 대학의 학생들은 진정한 배움을 경험하는가? 한 유명대학 교수진들이 자교 학생들을 위한 지침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행 교육제도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각 학생들의 진로와 인생관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주지 않고 지나치게 입시준비 위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에 의존해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고 결국 정체성,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그리고 인생목표, 비전, 소명, 사명 등에 관해 거의 백지상태인 수준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진학한 후에도 많은 학생들이 인생의 의미와 목적 및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문제의 시발점은 `갑을` 문화에 있다. 그 문화권에서 `갑`에 들어가려는 심정은 자연적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내 자녀들이 진정으로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부모들은 내 자녀들이 각자의 다양한 재능, 개성, 관심사, 장래 목표들을 추구하도록 지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