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치권 논의가 활발해졌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지방분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그 동안 여야를 불문하고 약속을 해온 만큼 이번에야말로 정쟁의 제물로 삼지 말고 진정어린 협의를 통해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분권`의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수사권 조정과 함께 자치경찰제 도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지역마다 다른 다양한 지역 주민의 치안 서비스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치경찰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그 지역과 지역주민의 치안을 담당하게 하는 제도로서, 수사권 조정과 함께 꾸준히 논의돼 왔다. 2015년 기준, 인력이 14만3천명에 달하는 단일규모 최대 중앙행정기관인 경찰이 현 상태로 수사권을 이양 받을 경우 권력이 과도해져, 검찰에서 불거졌던 문제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은 지방자치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방식이다. 자치경찰제를 하면 실효적으로 권력이 분할되고 국민에게 직접 민주적 통제를 받는 효과가 생긴다. 지방분권화된 경찰의 위상을 정립하고 국민신뢰를 확보하려면 정밀한 `문민통제` 장치와 `권력남용 방지책`이 수반돼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공약집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현재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방식을 요구하는 반면, 검찰은 검찰의 수사기능을 없애는 데 반대하고 있다. 여권에선 대안으로 수사개시권과 진행권만 갖고 있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 도입의 윤곽이 드러난 다음 설계하는 것이 순서다. 자치경찰을 어떤 형태로 꾸릴 것인가 얼개가 나와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맞춰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논의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여야 정치권은 아직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내용과 절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문제를 놓고 먼저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바란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미 12년째 시행 중인 제주 자치경찰의 사례가 있으니 그렇게 난해한 과제도 아니다.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 부응해 정치권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루지 말고 결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