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요즘 정치권의 현안(懸案)은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장구한 세월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이참에 말끔하게 해소하고 나아가자는 주장이 적폐청산이다. 반면에 `왜 하필 지금이냐`면서 보수(수구)정권의 패악(悖惡)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소산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정치보복이다. 전임정권의 실정이나 부패가 아니라, 대권 상실에서 원인을 찾으면서 청산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정치보복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우리가 선거를 치르고 일정기간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민의를 최대한 반영해 나라와 백성의 정신적 물질적 복리를 증진하라는 명령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되, 그들의 천부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따라서 최고 권력자를 비롯한 권력집단은 권력을 이양한 국민의 입장과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봐야 한다. 특정한 개인이나 정파 혹은 지역을 위한 패거리정치는 필연적으로 각종 해악을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가까이로는 세월호 대참사, 백남기 농민 살해사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블랙리스트 등을 거명할 수 있다. 조금 멀리로는 4대강 사업, 방위산업 부정비리, 자원외교 국고낭비, 언론장악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문제에는 공통점이 자리한다. 특정개인과 정파의 이익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民)의 생명과 재산을 경시하고, 뼈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희희낙락 국가재산을 쌈짓돈처럼 주물럭거린 것이다.

보수권력의 부정, 부패, 타락, 패거리주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티케이 피케이 같은 지역붕당 별칭이 생겨났겠는가. “우리가 남이가?!” 그 말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정치 모리배들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압살한 것이 하루 이틀 일인가. 그자들은 정치적 입지강화와 음성적인 돈벌이와 대를 이은 권력 장악을 위해 최소한의 양심과 체면을 던져버린 하이에나에 다름 아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이 땅의 민초들을 압살(壓殺)해왔는가.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참사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살인사건,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대참사. 무엇인가, 이것은. 수십 수백의 인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건사고는 되풀이되고 반복됐다. 이것을 일컬어 `적폐`라고 한다. 이런 누적된 폐단을 철거하고 걷어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4대강 사업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는가. 죽어가는 강이 신음하듯 내뱉는 녹조라테는 어찌할 것인가. 방위산업이란 미명으로, 자원외교란 허명으로 허공중으로 사라져버린 그 많은 예산은 누구 주머니를 강탈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자원외교, 방위산업이었는가?! 이런 적폐를 덜어내지 않는다면, 그것을 입안하고 실행한 자들의 부정과 부패, 타락과 패거리주의를 척결하지 아니하고 어떻게 이 나라가 전진할 수 있는가.

추악하게 오염된 얼굴을 분칠하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장악하려고 만들어낸 `방통위`와 그 하수인들의 농단은 또 어떤가. 불과 5년짜리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통치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둘러댄 정치꾼들과 폴리페서들의 더러운 욕망과 그것의 분출을 근절하지 아니하고 어떻게 백년대계를 설계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을 정치보복이라 읍소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자들이야말로 적폐의 온상(溫床) 아닌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아니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꺼리는 곳에 자리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도덕경` 8장)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의 본성이 이 나라 정치판의 오염과 타락을 말끔하게 씻어내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특정개인과 집단, 정파와 지역을 위한 살생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살려내는 상생과 공영의 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보복이 아닌 진정한 청산의 마당을 열어가는 역사적인 첫걸음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