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광활한 해변에 레포츠·쇼핑천국… 세계인 발길 잡는 명품 관광도시호주·부산 사례 취재·분석
`해양관광도시 포항` 로드맵 제안
홍성식기자  |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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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10.19   게재일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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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젊은이들.
 

브리즈번(Brisbane)에서 출발한 차는 남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달렸다. 정체구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원스런 질주.

한국과는 반대인 호주의 계절. 9월 중순은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청명한 시기다.

열어둔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에 눈이 부셨고, 불어오는 바람에선 달콤한 체리 냄새가 났다.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렸을까?

이윽고 골드코스트(Gold Coast)가 사파이어 빛깔의 매혹적인 웃음을 드러냈다. 일단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끽해야 2~3km의 백사장만을 보아온 기자에게 총연장 30km에 이르는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현실이 아닌 `상상 속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쭉 뻗은 직선도로 한편으론 수십 층의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반대편으론 아득한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도시. 첨단의 건축 기술과 원시의 바다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골드코스트는 재론의 여지없이 매력적인 관광지다.


글 싣는 순서

1. 포항 관광산업의 현주소
2. 골드코스트가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이유
3. 글래스마운틴과 선샤인코스트가 선사하는 즐거움
4. `해양관광의 메카` 부산을 가다
5. 포항이 만들어가는 관광도시의 미래


4개 市 연합도시 `골드코스트`
깨끗한 해변과 다양한 음식들 유혹
치안상태 좋고 인종차별 없어

  ▲ 밤이 내린 골드코스트 해변.  
▲ 밤이 내린 골드코스트 해변.

◆“바람아 불어라, 우리는 파도를 탈 것이다”

골드코스트는 북쪽 사우스 포트에서 시작돼 서퍼스 파라다이스와 벌리헤즈, 쿨랑가타 등 4개 시(市)로 형성된 연합도시를 지칭한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퀸즐랜드주(州) 남동쪽으로 30km에 걸쳐 있는 세계적 관광도시다.

골드코스트를 찾은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한국이라면 어깨를 움츠릴 수도 있는 날씨. 그러나, 해변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바람 따위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파도타기를 즐기려는 것인지 서핑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내려선 스코트(23) 씨는 “물놀이를 즐기기엔 추운 날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이것보다 더 센 바람이 부는 날에도 파도타기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서핑을 하다보면 바다에서도 땀을 흘리게 됩니다. 그거 알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역삼각형으로 잘 발달된 상체가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이 투 마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삶이란 1분 앞도 예측이 불가능한 파도타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웃으며 물결에 몸을 맡겨라.” 비극으로 치닫는 인생 앞에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멕시코 영화를 호주의 해변에서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 누구도 1분 앞의 생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생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골드코스트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고 외치며 파도에 몸을 맡기는 젊은 관광객들만 있는 건 아니다. 나이 지긋한 은발의 노인 커플도 느긋하게 해변을 산책하고, 인형처럼 예쁜 아기들도 장난감을 들고 거리와 바닷가를 종종거리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 관광객을 유혹하는 브리즈번의 야경.  
▲ 관광객을 유혹하는 브리즈번의 야경.

◆ 이토록 넓은 해변에 쓰레기 하나 없다니…

골드코스트에선 서핑과 수상 오토바이, 스피드 보트 등의 역동적인 해양레포츠는 물론, 호주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기념품과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세계 각국의 명품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캐빌 애버뉴는 `쇼핑의 천국`이다. 쇼핑몰과 기념품 가게, 명품숍이 줄줄이 늘어서있다.

식당에서 만난 한 호주인은 “사람들이 몰리는 여름철이면 비키니를 입고 레스토랑에서 바닷가재 요리를 먹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먹을거리 측면에서도 골드코스트는 각광받는다. 유럽 각지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대거 포진한 해변 인근 레스토랑에선 신선한 해산물과 육질 좋은 쇠고기로 만든 수십 수백 가지 음식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동행한 통역자는 “요즘은 일본산 와규(和牛)로 만든 스테이크가 인기”라고 귀띔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다시 해변을 돌아봤다. 왼쪽으로 봐도 끝이 보이지 않고,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모래밭의 끝이 어디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사막 같은` 해변.

그 광대한 백사장에 담배꽁초 하나, 빈 과자봉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깨끗한 해변을 유지하는 데는 시민의식도 작용했겠지만, 골드코스트시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있지 않았을까.

자연이 선물한 관광자원에 환경 유지와 개선의 노력을 더하는 것. 골드코스트 공무원들과 호주 정부는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세계의 여행자들이 자신의 나라로 몰려들 것인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 하늘 가까운 곳에서 본 브리즈번 시내. 아름답다.  
▲ 하늘 가까운 곳에서 본 브리즈번 시내. 아름답다.

◆ 관광객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호주 사람들

서서히 해가 저무는 골드코스트. 파도타기를 끝내고 모여 앉아 즐거운 수다삼매경에 빠진 청년들이 가득한 레스토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다. 해변의 석양에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도 한 병 청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마크(48) 씨는 “어떤 매력이 골드코스트에 있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여기를 찾아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려줬다.

  ▲ 도심 곳곳에 자리한 공원.  
▲ 도심 곳곳에 자리한 공원.

“아름다운 경관과 매력적인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나라가 오스트레일리아다. 일단 치안상태가 좋다. 여성 혼자 여행한다고 해도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다. 그렇기에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차별도 거의 없다. 물론, 소수의 백인우월주의자도 있지만, 그건 지극히 일부다. 또한, 만나봐서 알겠지만 호주 사람들은 느긋하고 친절하다.(웃음) 거기에 맛있는 요리 또한 가득하니 여행자가 끊이질 않는 것 아니겠는가.”

적당한 포만감과 취기 속에서 골드코스트를 떠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거대한 바다 아래로 진홍빛 태양이 숨어들고 있었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루비(Ruby) 수만 개가 동시에 반짝이는 듯한 풍경. 그 아래 선다면 가슴 안 열정이 식어버린 중년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골드코스트.  
▲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골드코스트.

◆ 골드코스트 못지않은 매력적인 도시 브리즈번

길을 되짚어 브리즈번으로 돌아오니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러나, 브리즈번강(江) 일대의 매혹적인 풍경이 숙소로 돌아가려는 여행자의 발길을 막았다. 들어가 잠을 청하기엔 브리즈번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이 지나치게 집요했다.

`호주 제3의 도시`로 불리는 브리즈번은 사탕수수와 밀이 많이 생산되고, 각종 낙농품으로도 유명하다. 양모(羊毛)로 만든 제품의 인기가 높고, 쇠고기 요리가 맛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낮의 더위를 식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봄 브리즈번은 밤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강의 양편을 잇는 4개의 다리는 저마다 휘황하게 불을 밝히고 낭만적 감상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인근에 자리한 카페와 식당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브리즈번 봄밤의 나른한 정취에 매료된 기자는 “호주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주 중 하나죠”라는 웨이터의 추천을 믿고 `바로사 벨리`에서 생산된 쉬라즈(Shiraz) 한 병을 달게 마셨다. 옆 좌석에선 무슨 축하할 일이 있는지 대여섯 명의 손님들이 연신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골드코스트를 즐기는 아이들.  
▲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골드코스트를 즐기는 아이들.

예약해둔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레스토랑을 나섰을 땐 밤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주당이 흔한 한국이라면 초저녁에 가까운 시간. 그런데, 이건 뭐지? 거리에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호주는 아기들만이 아니라 캥거루와 코알라도 저녁 8시면 잠자리로 가요”라는 통역자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가.

어쨌건 평소 생활하던 한국에서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1896년 축조됐다는 퀸즐랜드주 의사당과 국립미술관을 둘러보고, 강변에 아찔한 높이로 서 있는 관람차를 타러 가야지`라고 마음먹으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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