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16일부터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34개국 122개 원전 운영업체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원전력업계 리더 500여 명이 참석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유치한 WANO총회는 우리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세계에 알리는 등 원전수출의 토대를 마련키 위한 전략적 목적의 행사다. 2014년 한수원이 파키스탄을 물리치고 WANO총회를 유치할 때만 해도 대대적 홍보로 이 행사의 경주 유치 중요성이 잘 반영됐었다. 그러나 정작 행사가 시작된 지금의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행사가 열리는 화백컨벤션센터에는 그 흔한 플래카드 하나 없다고 한다. 행사장 출입도 엄격히 통제되는 등 마치 행사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경주시민들조차 행사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표방과 관련해 행사를 주관하는 한수원이 적극적 홍보를 회피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수원은 행사 개막 전날인 15일에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을 뿐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세계원전사업자총회에 대한 정부 측의 관심도 찾아볼 수 없다. 주관기관인 산업부 장관의 참석도 없었다. 일반적인 국제행사에 비교해 납득이 안된다. 지난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개최국 중 중앙정부 고위인사가 참석한 사례가 없고 한수원도 산업부에 참석을 요청하지 않아 불참했다”고 했다. 의례적인 대답으로 보일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한 것으로 짐작이 될 뿐이다. 야권에서는 원전 세일즈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제적으로 이처럼 중요한 행사가 치러지고 있는데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칫하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200억 달러규모 원전발주 계획을 밝히면서 경쟁국 간 치열한 다툼을 보이고 있다는데 국내에서는 원자력 국제총회를 개최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이번 행사 성공여부에 달렸다. 한수원은 행사 주최이며 의장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자세로 국익에 부응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정부의 원전정책과 현장에서의 엇박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