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포항 구도심을 살리자
⑶ 옛 역세권 개발

포항 구도심을 살리는데는 옛 포항역 주변 개발이 핵심 사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착공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100년간 터줏대감 역할을 하며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포항역이 KTX 개통으로 역사(驛舍)를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옛 포항역 주변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포항역사는 폐쇄된지 6개월 만인 지난 2015년 10월 4차선 횡단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철거됐다. 현재는 승객이 기차를 기다리던 플랫폼만 덩그러니 남아 이곳이 기차역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주사업자 변경 우여곡절로
2년 넘게 허송세월 보내
아직도 절차상 문제 산적
KR “착공시기 확답 어려워”

옛 포항역 주변 존폐위기
시가 추진 중인 청사진은
아파트·공원·주차장 등
주거·업무·휴식 `복합공간`

포항역 옆 골목 300여m로 이어진 역전시장도 현재 몇몇 상가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번성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역전시장은 1980년대 포항역과 연결되는 경주, 영천 등 주변지역 농민들이 직접 텃밭에서 키운 채소, 과일 등을 팔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찾았다. 싱싱한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포항역이 떠난 뒤에는 장 보러 나오는 손님은 커녕 지나가는 행인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항시는 옛 포항역 부지를 활용한 개발사업을 진행키로 큰 방향을 잡았다. 원도심 한복판인 포항역 옛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변지역까지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업의 첫걸음으로 같은해 4월 15일 포항시, 한국철도시설공단(KR), 코레일은 `옛 포항역 부지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효율적인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옛 포항역 철도부지인 총 6만6천97㎡의 소유권은 KR(국유지) 4만4천145㎡, 코레일 2만633㎡, 포항시 1천319㎡ 등으로 나뉘어 있다.

KR은 서울대 산학협력단, 정림이엔씨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사업타당성 용역을 의뢰, 비용대비 편익 비율(B/C) 1.1로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업수행 과정에서 인근지역 주민들이 인근 사유지로 사업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고, 시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내용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사업범위가 사유지로 확대되면 국토부 지침과 법적근거 등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업권한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KR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포항시가 구도심 활성화와 시민복지 등을 위해 KR 측을 설득하는데 성공해 8개월만인 그해 12월 주사업자가 LH로 변경됐다. 공유지와 사유지를 함께 개발해야 하는 새 국면을 맞은 것.

포항시는 LH와 함께 사업을 구상하면서 약 6만㎡에 달하는 사유지 보상방안과 개발콘셉트 조율 등으로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사업파트너 관계를 끝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는 KR, 코레일과 체결한 협약의 효력이 지속되고 KR도 사업의사가 있는 점을 고려해, 주 사업자를 KR로 재변경했다. 사업성격도 국비사업에서 민간투자사업으로 전환됐다.

지난 3월부터 사업을 본격 재개한 KR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KR의 책임은 아니지만 옛 포항역 부지개발사업이 앞서 2년 여의 시간을 허송세월한 탓에 KR이 더 이상 착공시기를 늦췄다간 사업의지가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R은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지난 5월 23일부터 7월 24일까지 민간제안 공모를 실시했다.

KR에 따르면 제안서를 접수한 업체는 1개 업체로, KR은 해당 업체가 접수한 제안서의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위원회 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문가 평가가 완료되면 기존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해 제3자 모집공모와 비슷한 방식인 사업주관자 공모를 통해 주관업체를 최종 결정한다. 이렇게 지정된 민간사업자가 전달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지자체에 사업추진을 위한 각종 인허가를 받게 되면 최종적으로 착공에 돌입한다. 이런 과정을 수행하는데 최소 6개월 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 연내 착공을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포항시가 옛 포항역 복합개발사업을 통해 그리는 청사진은 주거·업무·휴식이 복합된 공간마련이다. 시는 인근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 주민들이 희망하는 △고급아파트 건축 △공영주차장 확보 △도심 중앙공원 조성 등 3가지 테마를 주축으로 개발을 진행키로 했다. 특히 중앙공원에는 철거된 옛 포항역 역사(驛舍)를 축소한 형태의 미니박물관을 만들어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관광객들로 하여금 스토리텔링 관광이 가능토록 배려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업자가 변경됐다가 원 사업자로 권한이 되돌아오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앞서 아무런 성과없이 2년이 넘는 세월을 흘려보냈기 때문에 보다 빠른 사업추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KR 관계자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만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해진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에 착공시기를 확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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