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믈리에`는 닭에 밀가루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인 치킨(chicken)과 서양 음식점에서 손님이 주문한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손님에게 추천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소믈리에(sommelier)란 단어가 합쳐진 신조어다. `치킨 감별사` 또는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치킨의 맛과 향, 식감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치킨 전문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우선 치킨이 `국민 먹거리`이자 `국민 자영업`이 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과 함께 양계업이 발전하면서 유통되는 닭 값이 싸졌고, 1971년 해표에서 식용유를 출시하자 닭을 기름에 튀겨먹기 시작했다. 식용유가 팔팔 끓는 가마솥에 닭을 통째로 넣고 튀긴 일명 `가마솥 통닭`에 맥주를 곁들여 파는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1970년대 말부터 이런 가게가 프랜차이즈로 진화하면서 기름에 튀긴 치킨, 즉 프라이드 치킨을 그냥`치킨`이라고 불렀다. 양념 치킨은 1980년대 초 등장했다. 이후 한국의 치킨은 이 두 가지 치킨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치킨은 맥주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아예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2014년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눈 오는 날엔 `치맥(치킨+맥주)`”이라고 말한 대사가 아시아를 강타한 것이다. 드라마가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며 이제 `치맥`은 한국에 왔을 때 꼭 즐겨야 하는 대표 음식이 됐다. 대구에선 2014년부터 매년 `치맥 페스티벌`을 열어 관광상품화 하고 있다.

이쯤되자 지난 7월 국내 1위 배달앱으로 알려진 `배달의민족`이 국내 최초의 치킨 능력평가 대회인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시험 합격자에게는 배달의민족에서 인증하고 발급하는 `치믈리에 자격증`을 수여했다. 전문적인 자격증이라기 보다는 치킨 애호가들끼리 재미로 치른 시험이었지만 `치믈리에`란 신조어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세태의 변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 누가 알랴. 재미삼아 따둔 치믈리에 자격증이 귀한 자격증으로 각광받는 날이 오지말란 법도 없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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