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취임 후 8개월간 별 성과가 없었던 트럼프는 시장에 다시 장밋빛 손짓을 하고 있다. 먼저 세금 감면 안을 구체화하고, 의회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법인세가 35%에서 20%로 낮아지면 미국 S&P500기업들의 이익이 11.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해외자금들의 본국 송환에 대해서도 대규모 감세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기업들이 이렇게 생긴 돈으로 국내 투자를 늘려 인플레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세제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할 확률이 지난 6월 조사 때는 12%에 불과했지만 공화당도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이렇다 할만한 업적이 없는 바, 생색을 내기 위해서라도 감세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혹시나 감세 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신을 갖고 베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헤지(hedge)는 해야 한다. 그 결과 최근 달러강세와 금값하락, 금리상승과 장기채권 가격 하락, 그리고 배당주 펀드 약세 등 트럼프의 감세 안이 통과될 경우에 대비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즉 안전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위험자산 선호도가 늘었다. 주가도 간만에 사상최고치를 갱신했다.

그러나 설령 감세안이 통과돼도 그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기업들은 세금감면으로 생긴 돈으로 투자할 마음이 없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늘리겠다는 의사가 지배적이다. 즉 트럼프가 원하는 인플레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인플레가 생기더라도 가계부채 부담이 커져 감세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또 세금감면으로 인한 기업이익은 지속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편 트럼프는 금융기관 규제를 풀려고 한다. 최근 AIG는 `대마불사 규제`에서 해방됐다. 리만 사태 이후 대규모 주요 금융기관들에게는 자산운용에 제한이 가해졌었다. 그들이 넘어지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AIG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부도 시 신용보증`(CDS)에 대한 사업을 늘렸다가 이것이 부실화되며 1조달러의 손실을 냈고 국민들의 세금에 의해 겨우 살아난 바 있다.

이제는 금융기관들이 건강해졌으니 풀어주자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럴까? 많은 이들이 금융기관이 건강해졌다는 증거로 도매금융 비중이 줄고 소매금융 비중이 늘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즉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측면에서 급전의 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자금의 운용 측면에서도 규제를 통해 파생상품을 포함한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줄인 것도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모든 경제주체들이 금융을 덜 필요로 하는 시대다. 투자기회가 소멸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업조차 자금의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변했다. 애플은 채권시장에서 큰 손이 된 지 오래다. 장기채권에 매수세가 몰리며 그 가격이 상승하고 장기 금리가 하락했다. 즉 은행들의 수익원인 장단기금리차가 소멸된 셈이다.

금융기관들은 이 근본적 고통을 어떻게 감내해 왔을까? 위험자산 투자비중은 줄였지만 더욱 장기적인 자산으로 옮겨갔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어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장기자산을 투자해야 했던 것이다. 반면 예금 유치 측면에서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 비중이 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쉽고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점이다. 즉 금융기관들의 자산운용은 장기화되는 반면 자금조달은 단기화되고 있다. 그 자체가 위험이다. 고객이 내 돈 돌려 달라고 요구할 때 응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결국 트럼프가 기다리는 인플레는 오지 않고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그래도 낮은 금리 덕분에 부도위험은 낮아진 상태이므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런 위험선호 현상은 주로 채권 내에서만 나타나고 주식으로 넘어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회사채나 전환사채처럼 수익률 높은 채권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