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딸 친구를 유인해서 살해한 파렴치한 아빠의 이야기는 우리를 한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 중 이웃의 목숨을 앗아간 이야기도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웃이기 때문에 기꺼이 놀러가는 믿음, 이웃이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이 콩콩 뛰어다녀도 조금은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이웃`의 사전적인 의미는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이다.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도 가까운 사이가 이웃이기 때문에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낫다는 말도 생겨났을 것이다.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을 지닌 `이웃사촌`,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 경계가 서로 붙어 있다는 뜻을 지닌 `이웃하다`라는 말들은 왠지 모르게 정이 가득 묻어나는 말들이다.

이처럼 `이웃`은 가까움, 정으로 뭉쳐진 유사가족공동체 등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말이다. 모든 말들은 말에 걸맞는 의미와 함께 자기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와 이미지를 지닌 말인 `이웃`이 살인이라는 말과 조합되는 동시에 `이웃`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이미지를 상실하고 만다.

`이웃`이라는 말이 본래의 의미와 이미지를 살려주는 소식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최근의 기사를 검색해 보면 포항 지역에도 이웃사랑의 미담들이 넘쳐난다. 추석 연휴 후 이강덕 포항시장이 중앙동에 위치한 `만남의집` 무료 경로식당을 방문해 경로식당을 찾은 어르신에게 직접 삼계탕 배식봉사를 했다고 한다.

최근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포항시, DGB대구은행 사회공헌재단, 농협경북지역본부,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후원하는 `제8회 희망나눔 1m1원 자선걷기대회`가 포항 환호해맞이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건전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자선걷기대회는 공원의 산책로 5㎞를 걸으며 1m에 1원씩(총 5㎞, 5천원) 경북 도내 4대 취약계층 위기가정을 후원한다고 한다.

추석을 맞아 베푸는 미담들이 많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김흥식씨는 직원들과 함께 이웃사랑 성금 200만원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또한 포항시 죽도동 소재 죽도숯불촌 대표 김성우씨도 추석을 맞아 죽도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지역 내 취약계층인 독거노인을 포함한 불우이웃에 전달될 백미 100포(200만원 상당)를 기탁했다고 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공장장 이형철씨는 포항 남구청에서 `추석 이웃사랑 선물나눔` 전달식을 가지고, 포항시 남구 거주 저소득 및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선물 250세트를 전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미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우리 사회의 이웃사랑 방식의 특징을 살펴보면, 명절을 기점으로 물품 내지는 돈 전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방식의 이웃사랑도 매우 중요하다. 덧보태 중요한 것은 내 이웃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기술, 어떻게 하면 내 이웃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러시아의 변방 리투아니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네 문화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을 기억하고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타자와 윤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가 말하는 타자는 단지 공존해야 할 `다른 자아`가 아니라, 주체를 구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자이다. 이웃은 `나`에 의해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는 존재가 아니라, 윤리적 책임을 갖도록 명령하고 호소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은 따뜻한 이웃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어야 한다.